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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시인·前 애월문학회장

모든 사물에는 각자 고유의 이름이 있다. 하물며 나무와 꽃, 짐승에도 나름대로의 이름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것과 구분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름을 짓는다. 사람은 이름을 지을 때 그 의미를 생각해서 거창하게 지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우선 소리가 부드럽고 분명해야하고, 들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게 유의해야하며 한자를 쓸 경우 지나치게 뜻이 드러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름을 지을 때 먼저 생년월일을 따지고 부르기 쉽게 지어왔다. 그리고 놀림 받기 쉬운 이름이나 흔한 이름은 피했다. 이름을 짓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한 사람의 탄생을 뜻하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필자도 결혼해서 첫 아이가 생겼을 때 아이 이름을 어떻게 짓고 어떤 이름으로 짓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면 좋은지 생각했다. 결국 작명소에서 지어온 이름 중 두 개가 후보군에 올랐다. 지금의 이름을 선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이름은 성을 포함해 3자로 된 이름으로 짓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우리 민족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오랜 옛날부터 숫자 ‘3’은 특별한 수로 인식돼 왔고, 길수(吉數) 또는 신성수(神聖數)라고 해 최상의 수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름도 시대상황과 더불어 달리 불러져 왔다고 한다. 삼국시대 이전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혁거세(赫居世)나 알지(閼智), 수로(首露) 같은 이름을 써오다가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중국문물이 들어오면서 이름에 한자가 쓰이기 시작했고, 일부는 성이 없이 이름만 쓴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중국식으로 성과 이름을 짓기 시작한 것이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정착됐다. 그러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성씨는 물론 이름을 짓는 방법도 한자식으로 확립됐다. 그러나 대부분 상민들의 이름이나 특히 노비의 이름은 철저하게 고유어식으로 지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름 끝에 ‘이’, ‘자’를 가진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 후 여자이름에 즐겨 쓰였던 ‘미’, ‘숙’, ‘순’, ‘옥’, ‘연’, ‘정’, ‘희’ 등 곱고 아름다운 글자들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한때 ‘강나루’, ‘고아라’, ‘박미리내’, ‘진달래’ 등 고유어식 이름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난 해 12월 말 어느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사람 이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시작의 발단은 모 시인이 상돈이라는 이름이 좋다며 풀이하기를 ‘상위에 돈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이름이냐’고 한다. 경기도 수원에 가보면 ‘상돈’이란 고깃집 이름도 있다고 말을 이어가니 그 말을 듣던 다른 시인은 상돈이라는 이름도 의외로 같은 이름이 많다고 거든다.

모 시인은 자기 이름이 ‘철수’, ‘영희’처럼 교과서에 흔히 나오는 이름이라서 개명까지 생각해봤다고 한다. 이로보아 이름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자기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이름값’을 하는 게 아닐는지.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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