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에 웃고,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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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법무법인 결 파트너 변호사

각 지역마다 특산물과 관련한 여러 사건이 있는 것과 같이, 제주에는 특히 감귤이나 만감류와 관련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한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당연히 감귤 대금과 관련한 사건이다. 제주지역뿐 아니라 타지역 도매상들에게 감귤을 납품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사건도 있었고, 감귤 가공업체에 감귤을 납품했는데 가공용 감귤을 납품했는지 상품용 감귤을 납품했는지가 문제가 된 사건도 있었다.

최근 담당한 사건 중, 거래 상대방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원고는 감귤 과수원을 했고, 2~3년간 A라는 사람과 거래를 했다. A는 늘 직접 오거나 직접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감귤 주문을 했고 감귤 대금도 늘 A 명의로 입금이 됐다. 다만 감귤은 A가 지정하는대로 매번 같은 선과장으로 납품했는데 언젠가부터 감귤대금이 밀리더니 총 5000만원 정도 되는 감귤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결국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한 바는 없었지만, 원고 입장에서는 당연히 주문자도 A이고 대금을 지급한 자도 A이니 A를 상대로 대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A는 갑자기 본인은 B법인의 이사일 뿐이고, B법인을 대신해서 감귤을 주문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했다. 알고 보니 A가 늘 납품장소로 정했던 선과장의 운영하는 곳이 B법인이었다.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B법인은 더 이상 선과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고 실질적으로 파산 상태나 다름없는 법인이었는데, 이를 이용해 A는 물론 법인의 대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이었다.

소송 과정에서 A와 B의 계좌에 대해서 재판부에 금융거래정보제공명령 신청을 했고 재판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 계좌를 확인하니 A가 B 법인에서 돈을 받아 원고에게 송금한 것은 맞지만, B법인에서 받은 돈 그대로를 다 보낸 것이 아니라 A가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챙긴 정황이 확인됐다. 즉 단순히 B의 대리인으로 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A가 본인 명의로 거래를 한 점이 확인 된 것이다.

또한 A는 본인이 B법인의 이사라고 했지만, B법인의 등기부에 A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고, 별다른 급여나 보수를 받은 내역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B법인이 감귤 매수에 따른 법인 내부 장부 등을 기재하거나 영수증 또는 수령증조차 원고와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이 확인돼 결국 원고가 승소했다.

감귤대금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는 가장 중대한 원인은, ‘명확한 계약서가 없다’는 것이다. 한 해 감귤대금의 시세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그런지, 감귤 대금이 얼마인지에 대한 다툼은 놀랍게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의 사건처럼 감귤을 사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것은 계약서를 명확히 작성하지 않으면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계약서 작성이 어렵다면 감귤 납품완료 했다고 문자메시지로라도 남기는 것이 좋다.

해가 갈수록 감귤이 더 맛있어진다. 올해 더 맛있어진 감귤만큼, 감귤 덕에 웃는 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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