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후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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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기후는 모든 생명체의 삶을 지배한다. 사람은 물론 동식물까지 기후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생명체는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기후 환경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생활방식이 그렇고 삶의 문화가 그렇다. 제주 역시 그렇다. 


기후의 얼굴은 각양각색이다. 특정 지역이나 공간에 따라 다르다. 지형이나 지표면의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그래서 기후의 종류를 크게 4가지로 나눈다. 가장 큰 것이 대기후다. 지상 200㎞까지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중기후다. 지상 1㎞에서 200㎞까지 활동한다. 그리고 미기후다. 땅에서 지상 1.5m 범위에서 활동한다. 이외에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국지기후도 있다.


이 가운데 미기후는 땅과 밀접한 기후다. 그래서 접지기후라고 한다. 땅의 피복 상태나 미세한 지형에 반응한다. 땅의 지면만 하더라도 다양하다. 농사를 짓는 밭도 있고 숲도 있다. 강도 있고 하천도 있다. 초지도 있고 목장도 있고 오름도 있다. 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도 있다. 


이처럼 땅의 지면 형태에 따라 미기후는 독특한 기후를 형성한다. 그런 미기후가 하층 동·식물에는 절대적인 자양분이다. 땅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미생물은 물론 하층 식물과 동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그 작은 공간의 특정한 미기후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숲속에서의 미기후는 수많은 미기후 층을 이룬다. 땅바닥에서는 대기로 보내는 열과 대기에서 흡수하는 미세한 열 교환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숲 바닥은 울울한 나무들로 덮여있다. 아름드리나무를 비롯해 잎의 크기, 나무의 밀도, 가지의 분화, 상록수, 낙엽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이런 요인에 햇볕과 기온, 공기와 바람, 습도 환경 등이 서로 어우러져 미기후를 창출한다. 


숲에 들어가면 기온의 차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나무의 수관에 의해 상당량 햇볕이 가려진다. 낮에는 직사광선이 차단되고 밤에는 차가운 공기의 흐름을 막는다. 그래서 숲의 연평균 기온은 외부보다 낮다.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는 포근하다. 숲의 쾌적함이다.


숲속에서는 공기나 바람의 흐름도 다르다. 외부처럼 고르지 않다. 이는 나무 등 많은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물에 부딪힌 풍속은 중앙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약해진다. 부는 방향도 일정하지 않다. 장애물을 만나면서 곳곳으로 흩어진다. 나무의 밀도나 계절적 풍향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습도도 외부와 비교할 때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숲에서는 상당량의 햇볕 차단으로 땅에서의 증발량은 훨씬 줄어든다. 햇볕의 산란으로 숲으로 들어가는 직사광선이 미미하다. 그러나 나무에서 발산되는 습도는 오히려 높다. 나뭇잎은 기공을 통해 수분을 증산한다. 이는 활엽수와 나무의 밀도가 높을수록 증산량도 많다. 특히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는 여름에 증산량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숲속은 외부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미기후 특성을 갖는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미기후 맛을 낸다. 복수초도 흙을 밀어내며 미기후 맛을 본다. 노루도 일생을 미기후와 함께 산다. 우리도 미기후가 풍부한 숲속을 한 바퀴 돌고 돈다. 그리고 숲 바닥에 앉아 차를 마시며 소담을 나눈다. 그렇게 미기후치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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