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아시안컵 우승 서사시 쓸 수 있을까
축구 아시안컵 우승 서사시 쓸 수 있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상섭 편집위원

‘…메시는 그라운드의 시인이다/ …단 한 줄로도 치명적인 시를 쓴다/ …모두가 낙담할 때도 메시는 한순간 시처럼 짧게, 번쩍 끝내 버린다/ 축구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그렇다/ 메시 말고는/….’


노동운동가이면서 시인인 박노해는 축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메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역시 시인의 눈으로는 메시가 그라운드의 시인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디 시인뿐이랴. 축구에서 4~5차례의 패스만으로, 상대방이 한 번도 볼을 터치 못 한 채 골을 넣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축구가, 선수가 시처럼 아름다운 것이다.


▲박노해 시인이 좋아하는 메시는 그야말로 그라운드의 서정시인(抒情詩人)이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팜파스를 흐르는 물, 또는 바람이다. 조그만 공간도 자연스럽게 통과한다. 수비수가 메시를 잡는 것은 손으로 물과 바람을 잡는 것과 같다. 그러니 박노해는 메시를 팀보다 위대한 선수라고 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팜파스는 메시와는 성격이 다른 서사시인(敍事詩人)을 탄생시켰다.


바로 디에고 마라도나다. 


1982년 4월에 시작된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는 영국에 졌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영국에 대한 적개심은 하늘을 찔렀다.


1986년 5월에 열린 멕시코 월드컵.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신의 손’을 자랑하며 영국을 2대 1로 꺾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졌던 국민의 울분을 조금이라도 해소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서독을 3 대 2로 물리치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마라도나는 후에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활약하며 세리에A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1회 등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지금도 나폴리의 영웅이다.


마라도나는 그러나 약물중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2020년 11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다.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 국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겪은 마라도나의 삶 자체가 서사시였다.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지난 12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에서 1승2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8강행을 놓고 다툰다.


대한민국은 1956년 1회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지금까지 우승컵을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초반의 부진함을 극복하고 이번 대회에서 64년 만에 우승이라는 서사시를 쓸 수 있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