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공천(刺客公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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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사람을 몰래 죽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자객이라고 한다. 찌를 자(刺)와 손 객(客)이 합쳐진 한자어다. 주로 개인이나 조직의 사주를 받고 경쟁자나 원한 관계의 사람을 은밀히 제거하는 일을 한다.


여기서 파생된 정치용어가 자객공천(刺客公薦)이다,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해당 지역구에 특정 후보를 공천해 맞붙게 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유력 정치인이나 반드시 낙선시켜야 할 상징적인 인물을 꺾기 위해 전략적으로 맞춤형 맞상대를 낼 때 쓰는 말이다. 표적 공천 혹은 킬러 공천이라고도 한다.


▲선거를 앞두고 이 단어가 처음 회자된 것은 2005년 9월 일본 중의원 선거 때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우정 민영화에 반발해 자민당을 탈당한 중진 의원 지역구에 미모의 여성 관료와 유명 여배우, 인기 아나운서, 이름난 요리연구가 등을 내보냈다.


일본 언론은 이를 자객공천이라고 불렀다. 그 결과 자민당은 압승했다. 한데 4년 뒤인 2009년 총선에선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 대행이 여성 자객을 집중 배치해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침몰시켰다.


▲그래서일까. 우리 정치권에도 자객 공천이란 용어가 널리 통용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엔 표적 공천이란 표현을 써왔다. 그만큼 역대 총선에서 정치 거물이나 미운털이 박힌 후보 등을 저격하기 위한 자객 공천 사례가 많았다는 얘기다. 세대교체와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특정의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는 효과 때문이다.


허나 자객 공천은 성공 못지않게 실패한 경우도 적잖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부산 사상구)에 27세의 여성 신인 손수조 후보를 전격 공천했지만 무위에 그친 게 대표적인 예다.


▲‘4ㆍ10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자객 공천이 선거판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류 세력인 ‘86 세대’를 겨냥한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86이란 1960년대에 태어난 1980년대 학번으로 학생운동을 거쳐 정치권에 진출한 집단을 일컫는 용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자객 공천이 과연 얼마나 이뤄질까. 22대 총선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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