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와 대방어
모슬포와 대방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62년만에 대정고 동창과 모슬포의 한 식당에서 만나 대방어회에 양주를 마셨다. 1962년에 고등학교 졸업한 모슬포 출신 김군은 서울대 약대로 진학해 A약품사장을 역임했고 나는 웃드르 서광서리 출신으로 전남대-일본 동경대를 거쳐 미국 미네소타대서 포닥, 호주 RMIT-독일 뮌헨공대, 아헨공대서 연구 교수를 지내고 모교에서 40년간 교수를 지낸 기술사가 됐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니 방어와 우리가 한 몸이 돼 같이 마셨다.

대방어들의 꿈은 태평양-이어도-마라도-가파도의 거치른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새끼 방어에서 20㎏가 넘는 대방어가 돼 가면서 저같이 큰 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내주(布施)는 이 순간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1961년 12월 말 쯤, 바람 부는 모살개(茅沙浦) 운동장 아침 조회 때 현평숙 교장선생님은 훈화 시간에 눈덮인 한라산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앞으로 60년 후, 이 자리에 와서 눈 덮인 한라산을 보십시오. 지금 한라산 백록담 등신불은 하늬바람 삭풍을 막는 진산(鎭山) 입니다. 모두가 훌륭한 대학에 들어가 MIT 교수가 되고 저명한 의사가 돼 진산이 되십시오. 요즘 모슬포에서 잡히는 고기는 고등어, 멸치, 조기, 방어입니다. 큼직한 대방어(大方魚)가 돼서 다시 모슬포에 돌아오십시오. 겨울철에는 방어 맛이 굉장히 좋습니다. 특히 파도가 센 가파도와 마라도 연안에서 잡히는 방어는 지방질이 많아지고 근육 조직도 단단해져서 맛이 좋아 회 또는 초밥을 만들거나 염장해 소금구이로 먹기도 합니다. 등살, 뱃살, 목살, 꼬릿살 등 다양한 부위를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등살은 근육이 많아 담백하고, 뱃살은 기름기가 많아 감칠맛이 좋고, 목살도 지방이 많아 입에서 녹으며, 꼬릿살은 쫄깃합니다. 대방어는 자기 육신을 보시하지만, 여러분은 이름으로 보시(布施)하십시오.”

그렇게 세월이 흘러 80줄에 넘어서 마주 앉은 두 친구. 김박사는 지금은 눈이 잘 안 보여 고생을 하고 있고, 난 어느새 하얀 백발이 됐다. 고등학교 때, 교장 선생님의 말씀대로 과연 대방어(?)가 됐을까?

둘이서 웃었다. 저명한 교수와 약사가 됐으니 말이다. 방어의 보시는 육신을 내주는 것인데, 사람은 죽으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나는 ‘Covid-19 DNA RNA 유전자 분석’ 관련 발명이 영국, 미국, 독일, 호주 등 대학교재에 실렸고, 친구는 눈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신약 개발에 몰두해 약학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 요즘 들어 가끔씩 방어회를 먹었더니, 통풍 증상이 와 고생을 한다. 피검사를 했더니 7.20㎎/dl이 정상인데 조금 높게 나와 주의하고 있다.

대방어 축제 기간에는 모슬포가 식당마다 방어회 드시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다. 올렛길 손님도 눈에 띄고 단체관광객 손님 버스도 보인다. 밤새 방어를 회로 손질해서, 서울 등 대도시로 보내는 식당 앞엔 공항가는 택시가 대기하는 모습도 아침 새벽에 곧잘 눈에 띈다.

운진항 포구엔 가마우지 바다새가 떼를 지어 유유히 날고 있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