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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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생의 죄가 많았나봐요. 그러니까 이렇게 팔자가 세지요. 어려서는 그렇다 쳐도 결혼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편하다 하는 날이 없었다니까요. 가난한 집에 맏며느리가 대게 다 그렇지만 시부모 공양에 남은 식구 뒷바라지 운명이라는 못된 굴레의 꼼짝없이 갇혀 멋도 낭만도 모른 채 모진 세월 악착 같이 버텨왔는데 하늘도 무심하지….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네요. 꺼내고 싶지 않은 가슴에 한이지만 불쌍하고 원통해 어떤 위로라도 받고 싶어서 이야기를 하네요.

실은 얼마 전에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요. 학창 시절 얌전한 모범생이었는데 언제부터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더니 걷잡을 수 없이 나쁜 길로 빠져드는 거예요. 당연히 대학은 문턱에도 못 갔고 재수를 하면서도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어쩌다 경마장에 들락거리더니 성에 안 찾는지 본격적으로 불법 도박에 발을 들여놓은 거예요.

온갖 거짓말을 해서 여기저기 돈을 빌렸고 카드 돌려 막기에 사채까지 얻어서 가까운 사람에게 피해를 주더니 결국에는 큰 사고가 났어요. 남의 물건을 훔쳐 팔다가 걸려 꼼짝없이 낭패를 보게 됐는데 제 누나들이 십시일반 도움 줘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고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술에 잔뜩 취한 채로 ‘당장 얼마를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엄포에 한바탕 소란을 피웠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네요.

억장이 무너졌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송사에 휘말려 법원을 들락거리게 돼 골치가 아프네요. 형님 동생 하면서 매일 붙어 다녔던 사이인데 결론은 더 가지려는 욕심이 화근이 돼 남보다 못한 관계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서로가 끝장을 보겠다며 떠들고 다니는데 상대는 잘못이 없다고 하네요. 우리집 양반이 도와준다는 빌미로 합류했다가 인맥을 쌓더니 뒤통수를 쳐서 거래처를 빼앗고 이간질까지 했다네요.”

무릎을 꿇어도 부족한 판에 떳떳하다며 얼굴을 들고 다니니 이사라도 가야 할 판이란다. 물음의 답은 냉정하고 차가워야 한다.

이 분은 옷수선 가게를 하고 계신데 기술은 나무랄 데가 없는 칭찬이지만 입이 방정이다. 누구라도 돌아서면 흉이요. 이 쪽 저 쪽 편 가르게 말로 하는 상처는 예리하고 날카롭다. 생각 없이 했다는 변명이겠지만 고스란히 돌려받아야 하는 업보이다. ‘그래 두고 봐라. 너는 어떻게 되나 ’라는 원한이 쌓여 만든 결과물이다.

나눔과 베풂은 선이요, 만들어하는 거짓은 악이다. 행동 하나에도 조심을 더해 보고 작은 씨앗이 숲을 이룬다를 명심하자.

누구 탓이라는 원망은 엎질러진 물이요 주워 담지 는 못하니 혼자만의 반성문을 오랫동안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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