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욕구와 과소비
과시욕구와 과소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과소비는 소득보다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돈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과소비는 과도한 과시적 소비이다. 과시욕으로 경쟁적으로 과도하게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것이다. 과도한 과시적 소비는 개인은 물론 신용도, 인플레이션, 화폐 가치 하락 등 경제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성과 도덕성을 흐리게 하고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의식을 느끼게 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국가별 명품 소비지출액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68억 달러(약 21조 원)였으며, 1인당 325달러(약 43만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세계 30위 정도로, 국민의 경제수준보다 과소비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2021년 상반기부터 2030 세대의 명품소비가 1위를 차지하며 명품시장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4050세대를 앞질렀다.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 금융복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가계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계층은 2030세대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추며 민간 소비위축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고물가·고금리와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 지갑이 열리지 않는 소비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가 상품일수록 더 잘 팔리는 과시소비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사회적 신분 상승 욕구와 과시욕 때문에 비싸야 더 잘 팔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평균 3억원에 달하는 벤틀리의 지난해 국내판매량은 810대로 일본(727대)을 앞섰다. 1억원 초과 수입차 판매량은 2020년 43,158대로 총판매량의 15.7%였으나 2023년에는 78,208대로 28.9%였다. 작년 한 통신사의 아이폰15 사전 예약에선 기본형 대신 150만원이 넘는 고급 모델 비율이 80%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의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은 저녁 식사 가격이 200달러로 약 26만원 수준이지만 빈 좌석이 없다. 서울신라와 롯데호텔의 저녁 뷔페 가격은 18만~19만원이다. 맛과 서비스가 표준화된 프랜차이즈 식당마저 다른 나라보다 20~30% 비싸다. 비싼 외식 물가에 세계적 여행 사이트 리뷰마다 불만이 많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과시욕구가 외식 물가 인플레의 주범이 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명품을 과시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한국인은 22%로 일본(45%), 중국(38%)보다 아주 낮았다. 전 세계 17국을 대상으로 한 가치관 조사에서도 물질적 풍요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을 제외한 14국은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요소는 가족이고 둘째 요소는 직업적 성취라고 답했다. 


소셜 미디어 발달로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과시적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려는 욕구가 높아졌다. 


과시욕구에 의한 과소비가 심각한 것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모방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건전한 경제성장과 사회의 건강성과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득수준에 맞는 현명한 합리적인 소비생활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