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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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시인/수필가)

‘이수험자님의 관광통역안내사(영어) 2차 시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HDR)에서 보내온 메시지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고 두 눈이 촉촉해졌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힘든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오랫동안 관광통역사의 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분주한 직장 생활과 사회 활동으로 또 정보의 부재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2022년 말 새해가 되면 통역사의 문을 두둘겨 보자 하는 생각과 결심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 고비용의 학원을 이용하지만 나는 독학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2023년이 되자 인터넷 등을 뒤지며 정보를 수집했다. 여러 수험생과 합격자들이 권하는 수험서들을 찾아 구매했다. 1차 필기시험 교재인 ‘관광국사, 관광학개론, 관광자원, 관광법규, 기출 문제집과 2차 면접 교재인 ‘핵심기출 100’제 등이다.

나는 나이가 많고 따라서 기억력도 많이 떨어져 정독과 꾸준함으로 시작했다. 두 해 정도를 투자해볼 요량이었다. 1차 준비는 세 번에 걸쳐했다. 처음엔 중요부분 밑줄 쳐 가면서 정독했고, 두 번째는 밑줄 친 중요부분을 복습하면서 문제를 다시 풀었다. 시험을 바로 앞두고는 세 번째로 기출문제의 핵심키워드만 압축한 교재를 두 차례 살펴봤다.

공부하면서 어려움을 느꼇던 부분은 국사와 관광학개론이었다. 아무래도 관심을 덜 쓰거나 공부해 보지 않은 분야였고, 역시 암기도 잘 안 되어 애를 태웠던 것 같다. 국사는 유튜브 무료 강좌를 찾아 서너 차례 학습했다.

시험 당일은 아주 일찍 시험장에 도착했다. 문제 풀이는 시간을 체크하면서두 번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답안을 제출했다. 아직도 풀고 있는 수험자는 나외에 한 사람 밖에 없었다. 발표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이제 2차 준비를 해야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동아리를 만들어 공동 학습을 하거나, 학원에 등록하거나, 개인 교습을 받거나, 지자체에서 임시 설립한 특별 강좌에 참여하거나 여러 가지 형태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구입한 교재에 나 홀로 올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인터넷과 유튜브로 2차 시험의 출제 경향이나 방법, 마음가짐, 태도 등에 대한 것들을 살펴보았다.

다만, 최근의 관광 관련 변화된 시사 내용은 스스로 파악하여 준비하였다. 얘를 들어 2021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세계자연유산 ‘갯벌’이라든가, 2023년 지정된 또 하나의 세계문화유산 ‘가야고분군’ 등이다.

면접 장소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부 내 시험장이다. 나를 포함하여 거의 모두가 정장 차림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수험관리원이 순서표를 뽑게 했다. 나는 4번이었다. 모두가 버리고 싶어 하는 번호다. 영어는 80여 명 되리라고 생각되었다.

면접관은 세 분이었다. 네 가지 질문을 받았다. 세 가지는 영어로 한 가지는 한국어로 질문했다. 나는 가능한 짧고 명료하게 답하려고 노력했다.

드디어 발표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수험 번호가 4번이었고 또 어제는 집 사람이 아침 저녁으로 미역국을 끓여주어서 내심 떨어진 게 아닌가 염려되었다. 그러나 높은 점수의 합격 메시지를 받고 한 해 동안의 조바심과 수고가 이렇게 보상되는구나 하는 안도감에 어떤 행복에 졌어들었다. 내심 치매 예방을 위해 책장을 폈던 힘든 한 해가 지났다. 올 해는 또 무엇을 찾아 어디로 가야할까 하는 두려움에 어린 아이처럼 나는 지금 떨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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