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간 청사로 활용…대전 근대 관청 건물 중 ‘최고(最古)’
80년간 청사로 활용…대전 근대 관청 건물 중 ‘최고(最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4) 옛 충남도청사

일제 식민통치·한국전쟁 등 주요 사건들의 역사 현장 
1930년대 모더니즘 양식…국가등록문화재 제18호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으로 재탄생 예정

옛 충남도청사는 우리의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건축물로, 대전역 광장과 마주 보는 도로, 중앙로 끝에 자리하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18호인 충남도청사는 1932년 8월 완공돼 2012년 12월까지 80년간 도청사로 사용됐다. 


대전에 남아 있는 근대 관청 건물 중 가장 오래됐으며, 전국적으로도 원형을 간직한 몇 안 되는 근대 도청 건물 중 하나다.


건축사적으론 1920년대에서 1930년대로 넘어가는 관공서 건축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이며, 정치·사회적으론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와 지역갈등, 미군정기와 한국전쟁 등 주요한 사건들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설계는 조선총독 건축과의 이와스키 센지와 사사 게이이치가 맡았다. 1931년 6월 15일 착공해 이듬해 8월 29일 완공됐으며, 시공은 대전의 건축청부업자였던 스즈키 겐지로였다. 


부지 6000평은 모두 공주의 갑부로 유명한 김갑순이 기부했고, 총공사비는 17만 65원으로 현재로 치면 70~80억원 가량 소요됐다.

▲1930년대 모더니즘 양식 옛 충남도청사


옛 충남도청사는 1930년대 모더니즘 양식으로 구성됐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도청사엔 경사 지붕이 많았으며, 중앙에 탑을 세우거나 벽제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창과 벽체의 수직성을 강조하는 등 웅장함을 갖춘 외관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국제주의 양식에 영향을 받으면서 평지붕이 많아지고 장식도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단순한 외관으로 변모하게 된다.


충남도청사는 1930년대 도청사의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입면상 수평이 강조되는 평지붕이면서도 도지사실이 위치한 2층 중앙부를 높게 해 관청 특유의 권위감을 부여했다. 벽체도 세부적인 장식들을 없애고 단순하게 처리했다. 


1층과 2층 사이 창대(窓臺)와 그 아랫면을 돌출시켜 장식 문양을 박아 넣어 20년대 장식적 요소를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옛 충남도청사 후면으론 특징적인 중앙 계단실 입면을 볼 수 있다. 계단 중간 부분(계단참)의 입면은 정면 도지사실 입면에 버금갈 정도로 공을 들였다. 수직으로 긴 3개의 창을 정면처럼 나란히 배치했고, 벽돌을 조금씩 내어쌓는 방식으로 테두리를 만들어 장식성과 주목성을 높였다.


건물 좌우 중앙부엔 출입구와 계단이 위치해 있는데, 이를 살짝 위로 돌출시키고 계단실 창문 아래 발코니를 만들어 단조로울 수 있는 입면에 변화를 줬다. 2층 창 아래에도 창대를 만든 뒤 아랫면을 돌출시켰으며, 돌출면마다 충남도청 심볼 장식 문양을 박아 입면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외관, 화려한 내부


옛 충남도청사 현관에 들어서면 홀이 등장한다. 홀 내부엔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진한 색 대리석을 격자형으로 붙여 모자이크와 같은 장식 효과를 냈다. 


현관홀엔 중앙로비로 통하는 커다란 아치형 문이 달려 있다. 아치형 문은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중 경첩을 사용, 180도 앞뒤로 젖혀지게 만들어졌다.


아치형 문을 열고 중앙로비에 들어서면 중앙계단이 보인다. 2층과 연결되는 중앙계단은 옛 충남도청사에서 가장 화려하고 장식적인 공간이다. 


독특한 몰딩으로 구성된 아치와 이를 떠받치고 있는 독립된 두 개의 기둥 및 벽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비 바닥엔 작은 타일들을 부여 내구성과 장식성을 높였고, 시각적·물리적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개의 기둥을 복도선에 맞춰 로비 좌우에 배치했다.


중앙계단은 인조석 물갈기를 한 대리석을 덧대 발판을 만들었고, 좌우 난간 역시 인조석 물갈기로 마감했다. 난간대를 지지 해주는 1층 바닥의 엄지기둥엔 부분적으로 띠를 둘러 장식했고, 기둥의 윗면 또한 곡선에 윤각을 줘 만드는 방식으로 조형미를 높였다.


중앙계단을 올라오면 2층 중앙로비가 있고, 그 정면에 도지사실이 배치됐다. 도지사실 일부를 외부로 돌출시켜 중심성을 높였다. 도지사실 내부는 동일한 크기의 정사각형 방 3개로, 가운데 방이 집무실, 우측에 관방(官房), 좌측에 응접실을 각각 뒀다. 


옛 충남도청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이다. 창은 수직으로 길게 만들어 세로 6면, 가로 4면 등 총 24면으로 구성됐다.


창호의 가장 큰 특징은 열고 닫는 방식과 손잡이다. 손잡이는 황동으로 만들어져 앞으로 당기면 안쪽에 연결된 상하의 얇은 철물이 손잡이 방향으로 움직여 창문이 열리며, 다시 내리면 원래의 위치로 들어간다. 또 창문의 개방 정도를 조정, 그 상태가 유지되도록 만든 하단부의 독특한 고정 장치도 특징적 요소 중 하나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변모하는 옛 충남도청사


대전의 대표 근대건축물인 옛 충남도청사는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과 과천, 덕수궁, 청주에 이어 대전에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추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옛 충남도청사를 활용해 과학도시 대전의 특색을 지닌 미술관을 건립하는 게 목표로,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옛 충남도청은 근대문화재에 등록돼 있어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를 받았으나, 지난해 6월 근대문화재분과 위원회 심의에서 ‘문화재 구조와 특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부결됐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같은 해 10월 재심의를 신청, 문화재청은 학예연구실 증축 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조건부 의결을 결정했다.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품 전시와 교육 기능도 함께 갖출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은 스마트 박물관 개념을 접목, 관람 동선과 전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전시와 수장 업무를 유기적으로 진행하는 스마트 개방형 수장고를 운영할 계획이다.      

 

대전일보=이태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