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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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앉은 곳이 자리. 보잘것 없는 물건을 팔다가 해가 넘어가면 식당을 전전하면서 껌이나 꽃을 파는 분은 얼핏 봐도 아흔이다.

정해진 구역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니 가게 주인들이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친다. 인정반 필요반 지갑을 열어 건성으로 인사를 받기도 하지만 표정은 무덤덤. 순간을 넘어가기 급급하다. 개중에는 멋있어 보이려고 제법 큰돈을 건네는 사람도 있고 원래 천성인 듯 소리없이 지갑을 꺼내는 주인공도 있다.

그런데 부탁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떳떳하다. “살 거야? 안 살 거야?”는 예사이고 심지어 욕까지 서슴지 않는다. 마치 맡겨 놓은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안하무인이라 눈살을 찌푸려야 한다. 그렇게 벌어 봐야 약값 정도에 배부른 한끼 식사면 더하기 빼기이다. 들리는 소문에는 자식중에 누군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했다. 어려서 아가씨 대접을 받을 만큼 귀하게 자랐지만 이미 지나버린 과거는 땅으로 묻고 지기 싫어하는 아집에 질투가 원인이었던 지라 처음과 끝이 달라졌다. 원망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나아질 조금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매를 들고 싶었으나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더니 긴가민가해 하며 듣기 싫다고 쏘아 부쳤다.

다음 날 수소문을 해서 찾아왔는데 꿈을 꾸었더니 흙 속의 두더지가 밖으로 나오려 하길래 몽둥이로 쳐서 죽였단다. 그랬는데 몇 년째 조울병을 앓고 있는 아들로 변했고 어떻게 하면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있냐 는 물음에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니 고개를 숙인 채 서러운 흐느낌이다.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죄송합니다’가 먼저 나오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예’라는 대답이 나올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어떻게 살아야 백점인가는 각자의 해석이 다르지만 마지막 순간에 영혼으로부터 오는 질문은 기쁨과 슬픔이다. 남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거나 해서는 안 될 행동은 늦어 버린 후회고 가난한 베풂은 작은 씨를 뿌려 풍년의 결실을 거둔 농부의 넉넉함이다. 나이듦에 따라 죽음은 아침과 저녁에 바람같이 다가서며 잘하고 있는지 마음의 문을 두드리지만 언제나 타인. 불러도 대답 없다.

예상 못한 심각한 문제가 눈으로 보일 때 작고 초라함에 신 앞에서 무릎으로 용서를 구하지만 이거 밖에 못 했다는 깊은 한숨에 위로받지 못하는 눈물을 흘려야 한다.

되짚어 보면 착한 일을 했을까는 손가락으로 꼽아야 하고 부끄러움에 익숙하다. 언제나 곁에 있었던 것에 대한 고마움은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지만 철이 들어간다는 증거이다.

간절한 기도에 응답보다는 어디에선가 줄 수 있음에 감사하라는 울림에 귀를 기울이고 어깨를 내어주는 친구가 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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