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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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설을 앞두고 손녀가 설날에는 외할머니 사준 한복을 입을 거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전화로 자랑하였다. 그런데 할머니 걱정이 있어요, 한복을 가방에 넣어 가져가면 구겨지면 어떻게 해요. 할머니가 다리미로 구겨진 것을 다 펴 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그제야 안심하듯 전화를 끊었다. 한복이 예쁜가 보다. 우리도 손주들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코로나 감염으로 안타깝게 오지 못했다. 아이들은 울고불고 야단법석이고 모두 다 부풀었던 마음 가라앉는데 힘들었다. 설날 아침 손주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하려고 옷을 입던 손자가 바지 이렇게 입으면 되는지 영상으로 물어보는데 사랑스럽기도 하고 대견스러웠다.

누구나 한복은 어쩌다 한 번씩 입기에 익숙하지 않아 어떻게 입어야 할지 헷갈릴 수도 있다. 요즘은 입기 편하게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저고리 고름 매는 것과 바지를 앞뒤 구분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바지는 앞뒤가 똑같으나 입을 때는 큰사폭이 오른쪽으로 오게 입으면 되는데 바지 부위별 명칭도 생소할 뿐만 아니라 배우지 못했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 바지를 펼쳐 놓으면 양쪽 옆에 긴 직사각형으로 된 것은 마루이고, 중앙에 있는 두 조각이 사폭인데 큰 것은 큰사폭, 작은 것은 작은사폭이다.

요즘 사람들이 한복을 입는 경우는 결혼식 때나 입을까 거의 없다. 불편함과 입을 기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서 장만하지도 않는다. 내가 우리 옷을 공부할 때는 어느 나라 전통복도 우리나라와 같이 몇천 년을 큰 변화 없이 기본구조가 이어져 온 민족 전통복이 없다는 말씀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던 생각이 떠오른다. 전통복인 한복을 공부하면서 한복에는 넉넉함이 있고 또 겸손함이 있으며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바지를 보면 참 넉넉해서 신체적인 결점을 다 가려주기도 하고 또 앞뒤가 똑같으나 기준에 맞추면 앞뒤가 있고, 그 기준을 따라 입었을 때 가장 멋스러운 옷이 된다. 옷이란 그저 몸을 가리는 수단이 아닌 인격도야의 장으로 삼았던 선조들이었으니 옷을 제대로 입어야 품위가 완성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한복은 단아하면서도 정갈하고 겸손하면서도 비굴함이 없는 옷태가 느껴진다.

가치 있는 것은 어떤 조건도 뛰어넘어 지켜내야 그 가치를 간직할 수가 있다. 우리 옷인 한복도 유구한 역사를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의미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에 그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아끼는 마음들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복 상자를 열어 매만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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