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속에 그려놓은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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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서양 속담에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Time and tide wait for no man)”는 게 있다. 시간을 아껴서 잘 활용하라는 의미로 회자되는 말이다. 지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 대부분이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경구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도 ‘빨리빨리’라는 행동준칙을 저마다의 가슴에 새기고 사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빨리’에 매몰돼 살아도 바라는 삶의 여유는 생기지 않고 오히려 더 시간에 쪼들린다. 시간 활용은 각자의 인생관이나 삶의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뿐 시간의 속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가이다.

톨스토이는 하루 24시간을 셋으로 나누어 8시간은 일을 하고 8시간은 공부를 하고 남은 8시간은 잠을 자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서는 일하는 시간을 강제해서라도 노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식을 통해 피로가 회복되고, 에너지가 충전돼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여유 시간이 생겨도 원하는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유 시간 활용은 또 다른 소비인 까닭에서다. 따라서 원하는 휴식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길 더 바란다.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 두 관점이다.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공부하고 취직해 돈을 벌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현재의 삶을 지나치게 희생하다 정작 바라던 미래의 행복은 누려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참으로 허무한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가올 미래는 생각지 않고 지금의 행복만을 위해 매진하는 것도 마냥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사실 우리는 미래의 행복보다는 지금의 행복이 더 절실하다. 몸이 지쳤다면 휴식을 취해야 하고, 마음이 괴로우면 이를 풀어줘야 한다. 가족과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이라면 거기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또, 친구나 가까운 이웃들과 어울리는 것도,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다. 현재의 삶이 행복해야만 미래에 대한 대비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같이 입학했는데 몇 십 년이 흐른 후에 보니, 어떤 이는 멋있는, 또 어떤 이는 초라한 생의 모습이 돼 있다. 같은 세월 속에서 벌어진 놀라운 생의 변화다. 운명적이라 거나,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란 이유도 있겠지만, 시간의 마법 같은 속성을 알고, 그에 잘 대처하며 살았느냐, 그러지 못했느냐의 차이가 크다.

촌음을 아끼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았으면 멋진 인생 이력으로 여유롭게 살고 있을 터이고, 의미 없는 짓거리에 인생을 허비했다면 그 반대의 이력을 안고 힘겹게 살고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인생은 흐르는 시간 속에 저마다 그려놓은 자화상이다.

그 사실만은 어떤 것으로도 지우거나 바꿀 수 없는 것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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