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진보→보수' 궤도이탈 안팎서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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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손을 잡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이념적 `갈지자 행보'로 안팎에서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원내 교섭단체라는 틀로 묶여도 독자적 정체성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그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대안세력을 자임해 온 그로서는 "정치적 야합을 위해 정체성을 버렸다"는 당 안팎의 역풍에 직면하게 된 셈.

문 대표는 선진당과 원내 교섭단체 공동 구성을 전격 합의하면서 `창조적 보수'를 새로운 이념 지형으로 내세워 사실상 진보의 꼬리표를 뗐다.

그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업체 대표이사를 13년이나 한 만큼, 원칙을 중요시 한다는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보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동시에 항상 개혁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창조적 보수'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선 때부터 탈이념, 탈지역, 탈연고를 주장해 왔고, 진보-보수의 20세기식 평면적 이분법은 옳지 않다"며 "따뜻한 포용력으로 약자를 보호하고 유연성을 토대로 통합과 개방, 소통과 실용을 지향하는 제3의 길이 `창조적 보수'"라고 말했다.

이같은 스탠스는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에서 약간 진보적인 쪽"이라고 설명했던 것에서 180도 달라진 대목. 그는 당시 구여권의 대선주자 대안카드로 러브콜을 받았으며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구여권 합류에 대해서도 "중도보수이지 진보라 할 수 없다"고 공개 비판했었다.

또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문제 등의 이슈를 주도하면서 기업체 CEO라는 이력에도 불구, 진보 진영 내에서도 `왼쪽'으로 한 클릭 이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그의 이념적 노선 수정을 두고 명분 없는 이합집산을 위해 고유 브랜드를 벗어던졌다는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다.

문 대표는 대선이후 핵심 인사 상당수가 그의 독단적 스타일 등을 문제삼아 줄줄이 당을 떠나면서 사실상 `문국현 일당'으로 전락하는 위기에 처했고, 이후 총선에서 여권 실세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누르고 부활에 성공했지만 곧이어 비례대표 파동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악재에 시달려왔다.

이런 가운데 선진당과의 제휴 카드를 승부수로 던졌지만 `악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게 감지되는 등 내홍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기존 정당을 `구태'로 규정하며 참신성을 강조해 왔지만, 스스로 구태인 이합집산에 발을 담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돼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하게 됐다. 당의 진보적 정체성을 보고 한 표를 행사한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당장 당 홈페이지에 비판의 글이 쇄도하는가 하면 탈당 의사를 밝히는 당원들도 줄을 잇는 등 벌써부터 지지층 이탈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리수를 감수하고 선택한 선진당과의 공동보조마저 파열음을 낼 경우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상처를 받게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일련의 과정들은 정치인 문국현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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