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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점집에 들렀다가 무당의 입에서 “신기(神氣)가 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믿어야 할까?

기분이 나빠지는 게 사실이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삿대질을 해 주고 싶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에 침을 삼켜야 한다. 조상 중에 억울하게 죽은 이가 있다는 건 단골 멘트고 할머니가 기도를 했다는 건 뒤이어 나오는 짜여진 각본이다. 조금의 호기심을 가지면 여기저기 짜깁기가 맞고 기억을 되짚어 보면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이라 자세가 앞으로 당겨진다.

혀 차는 타박에 잔뜩 주눅이 들어야 하고 자신 없는 표정으로 약자의 입장이 돼 간다. 진짜라면 허리 숙여 감사해야 하지만 얼치기 수법으로 마구잡이로 던져 놓고 맞으면 다행이고 틀려도 그만이다. 가뜩이나 자식을 들먹이니 심란해서 찾아왔는데 엎친데 덮친 격에 포수가 던진 올가미다. 주절주절 살아온 이야기에 누구 탓의 원망으로 책 한 권이 쓰이고 어느새 한 식구. 동병상련의 아픔은 끈끈한 의리로 뭉쳐 간다.

애는 똑똑한데 착하기만 해서 마음의 상처가 크고 집밖에서 겉도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꺼내진다. 이쯤 되면 콩이 팥이라 해도 장단을 맞춰야 하고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 가슴은 통쾌하지만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오고 분명히 공짜는 없는 법.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 조심스럽게 물어는 보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겨우 정신을 차려 “알았다, 연락을 드리겠다” 돌아섰지만 땅이 꺼지도록 한숨에 잠을 설쳐야 하는 나쁜 경험. 어딘가에 남아 있는 뾰족한 송곳이다.

타고 나온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억지로 받아들임은 남에게 손가락질하는 허송세월에 부끄러운 오점을 남겨야 한다. 싫다 하기 전에 남과 다른 강력한 끌림이 있다면 ‘어쩌면…’이라는 의심을 가져보고 마음에 각오를 다시 하자.

잦은 가위눌림 현상은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가고 있다는 표시이자 영혼의 소중한 가르침이다. 꿈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나 벌어진 상황을 미리 예측한다면 과거와 지금의 역할이 다르지 않다는 분명한 자기 암시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스치는 영상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특별한 능력, 다른 세계와의 연결 통로이다. 대화 중에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의 정곡을 찔렀다면 원래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이다. 유체이탈은 고급화 방식,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야 하고 더 많은 숙제를 해야 한다. 피하고 도망가면 손해는 배가 되고 종교의 힘에 의지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내면의 나와 진정한 대화가 우선이고 서툰 솜씨를 갈고 닦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책에 없는 공부 로 마음의 크기를 달리 해야 하고 낮은 자세를 취하며 허리는 아래로 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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