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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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수필가

3월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달이지요. “기미년 3월 1일 정오...” 올해로 105주년을 맞는 3.1절. 일제강점기 가혹한 식민통치에 항거하며 조국의 독립을 갈망했던 선열들의 의분에 찬 함성이 3D 입체음향으로 들려오는 듯합니다. 3‧1절은 잠깐 접어두더라도 3월을 나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편치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이념, 환경, 고령화, 저출산, 젠더. 청년 실업 문제... 그에 더해 작금의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사협회와 정부의 극한 대립, 국회의원 선거를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여당과 야당의 진흙탕 싸움은 그렇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든 일반 서민의 삶을 지치고 힘들게 합니다.

여야 지지자, 중도층, 방관자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한국인’이자 ‘한 국민’으로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차이와 수용을 꿈꾸어 봅니다. 우리 사회에 절실한 덕목은 공감과 소통이 아닐는지요.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나보다 힘든 이웃이 있게 마련이어서요.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기를 염원하면서도 한탄이 절로 나오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3월은 그렇지 않아도 특별한 달이에요. 우리에겐 봄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달로 성큼 다가오지만, 서양의 어원을 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행진’을 뜻하는 영어 단어 '마치(March)'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군신 ‘마르스(Mars)’에서 비롯한 말이라고 하는군요. 고대 로마제국은 주변 부족들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겨우내 비축된 식량도 있고 날씨도 풀리니 전쟁에 나서기 좋은 시절이란 뜻을 지닌 단어라는 것입니다.

한편 1년 열두 달의 이름을 기후와 풍경의 변화, 마음의 움직임을 빗대 독특한 언어로 전한 아메리카 인디언에 따르면, 3월은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아라파호족), ‘작은 모래바람이 부는 달’(주니족),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체로키족), ‘훨씬 더디게 가는 달’(모호크족) 이라고 하는군요. 알 듯 모를 듯 잠언 같은 말들이 고개를 끄덕이게도 합니다. 어쨌거나 3월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달로 다가오는군요.

내가 그리는 3월은 또 다른 모습입니다. 3월의 ‘3’이란 아라비아 숫자 모양을 보죠. 글자에서 분주히 쏘다니는 '허리 졸라맨 개미'가 떠오르지 않나요? 각자 맡은 바 일에 충실한 일개미들의 모습에 보통 사람들의 곤고(困苦)한 일상이 겹칩니다. 그렇더라도 한 번쯤 일하는 틈틈이 잠시 쉬면서 하늘이라도 한번 쳐다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리라!”

그러니 3월은 거꾸로 물구나무선, 아니 곧추선 개미를 닮았어요. 힘을 내어 조금 더 참고 기다리면 저 낮은 들판과 어두운 골목길, 허름한 저잣거리, 우리 모두의 일상에도 봄은 올 거예요. 그러니 바라건대... 3월은 우뚝 선 개미들의 합창이 들리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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