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풀어 놓을 듯한 작은 연못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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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작은칡오름
작은칡오름 정상
작은칡오름 정상.

제주시 봉개동의 한켠에 자리한 큰칡오름과 작은칡오름.


두 개의 산체(山體)가 나란히 붙어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오름을 큰칡오름(표고 336.6m, 비고 47m), 또 다른 산체를 작은칡오름(비고 326.5m, 42m)으로 불리고 있다.


칡오름이라는 이름은 과거 이 산체에 칡이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지금 가보니 과거 그 많던 칡은 다 어디에 갔을까? 


이 칡오름형제 주위에는 절물오름, 민오름(봉개동), 안세미오름과 밧세미오름, 거친오름 등 규모나 높이, 경관면에서 걸출하고,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한 탐방로 개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오름들이 많다.


반면 칡오름형제는 이렇다 할 탐방로는 커녕 주변 주차장이나 오름 안내판 조차 없이 그냥 내팽겨진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오르미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오름이다.


큰칡오름(본지 산과오름 177회 소개·2월 16일자)을 오른 후 작은칡오름으로 발길을 옮겼다.


큰칡오름에서 작은칡오름을 가는 과정에서 얼핏 고개를 돌려보니 급경사진 언덕 일부가 패인 곳이 보였다.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급경지 때문에 흙이 패인 것 같았지만 그 패인 곳 아랫부분은 ‘궤’다. 바위덩이들이 얼기설기 엮이면서 지하 깊은 곳까지 연결된 곳으로, 겨울에는 따듯한 바람이 나오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풍혈(風穴).


마치 초등학교 소풍시절 풀숲 사이에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 한 기분이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함께 작은칡오름으로 전진. 


5분여 남짓 걸으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작은칡오름 정상.


정상에 오르니 먹먹하다. 소나무와 편백, 삼나무를 비롯한 온갖 잡목이 가득하고 주변 경관을 바라볼 작은 틈조차 없다.


큰칡오름은 주변을 바라볼 조망권이 있어 과거 산불감시초소까지 설치됐었는데, 이 곳 작은칡오름정상은 소나무와 편백, 삼나무 등의 숲이 무성하다.


작은칡오름 정상에서 잠시 주변을 감상한 후 하산. 처음 큰칡오름을 오르기 위해 건넜던 농경지와 작은칡오름 산체 자락이 만나는 지점에 작은 습지, 연못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습지 곳곳에 맹꽁이알인지, 도룡농 알인지, 새봄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들이 잔뜩 쌓여 있고,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 습지의 규모가 아담한 것이, 마치 어떤 전설을 품은 듯 옛 이야기를 풀어 놓을 듯 정겹다.


아마 이 연못은 과거 이 지역민들의 식수 혹은 우마(牛馬)용으로 쓰였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매립되지 않은 것을 보면 지금도 그 쓰임새가 있는 듯하다.


한편 서귀포시 영천동의 칡오름(표고 271m·비고 96m),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칡오름(표고 303.9m·비고 49m) 역시 칡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서 ‘칡오름’이라는 이름이 부여된 동명의 오름들이다.

작은칡오름 앞 습지.
작은칡오름 앞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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