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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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노인 빈곤과 질병 문제는 예로부터 국가에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조선은 효행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노인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태조 이성계는 즉위 선언문에서 “환과고독(鰥寡孤獨·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을 챙기는 일은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태종은 가족에게 의지할 수 없는 이들을 제생원(의료기관)에서 돌보도록 했다. 세종은 “늙거나 병든 사람을 보살피고 보호해야 한다는 분명한 법이 있는데도 관리들이 태만하여 거행하지 않는다.”라며 양로 조건을 보고토록 했다. 이에 신하들이 자식도 없고 친척도 없는 70세 이상에 국가가 쌀과 소금과 장을 반년 치 지급하고, 옷을 만들기 위한 베를 일 년에 두 필 제공하는 규정을 보고했다. 세종은 그 후 병든 노인의 경우에는 친척 유무를 묻지 않고 구휼하도록 보완,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노인 문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노인 중 절반 가까이가 가난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정부가 지난 7일 2020년 사회보장 행정 데이터로 분석한 한국 빈곤 노인의 특성을 발표한 내용이다. 


연금 등을 반영한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45.6%가 빈곤 노인이었다. 연령별 빈곤율은 65~69세 35.0%로 가장 낮았고, 80세 이상이 56.5%에 달하는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상승했다. 


특히 연 가처분소득 수준은 빈곤하지 않은 노인이 1797만원인데 반면 빈곤 노인은 804만원에 불과했다. 연금이나 사회보장금을 제외한 빈곤 노인의 시장소득은 연평균 135만원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나왔다.


▲노인도 국민이다. 노인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국민 행복도 커진다.


현재의 노인 수입으로는 팍팍한 삶을 지탱하기조차 버겁다. 일자리가 없어 폐지를 줍는 평균 76세 노인이 하루 5시간 넘게 골목길을 누비며 흘린 노동의 대가는 고작 한 달 16만원이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나라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통계청이 지난달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서 주관적인 만족감에 대해 만족을 표시한 노인은 29.9%에 그쳤을까.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초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경제적 빈곤, 악화하는 건강, 소외감을 내버려둬선 안 된다. 정부가 더 나은 일자리·의료서비스·돌봄 등 안전망 구축을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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