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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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3월을 믿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찬 기운이 여전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3월’은 곧 ‘봄’이기에 이 찬 기운마저도 반갑기만 하다.

봄의 시작 ‘3월’의 매력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어서 설레게 한다. 그렇게 용기 내서 나아 가라고 3월이 ‘march’(행진)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3월에 멋진 행진을 준비하고 있는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신규 직원들과 함께 업무 연수 차 서울을 다녀왔다. 추위 속에 2박 3일간 기관방문과 회의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누군가 잠깐 짬을 내 국립현대미술관을 관람하자고 제안했다.

느닷없는 제안에 자동반사적으로 “왜?”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순간, 내 형편없는 교양 수준을 들킨 것 같아 당황했지만 정말 궁금했다. 서울시내의 그 많고 많은 볼 것들 중에 미술관이라니. 그래서 더 그랬는지 우리 직원들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겠다며 나를 끌다시피 하며 미술관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기침 소리조차 함부로 내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러 전시실을 드나들다 우리 일행은 어느 전시실 입구 벽면에 써진 문구를 보고 일제히 멈춰 섰다. 그리고 저마다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연수 기간 내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질문처럼 벽면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와 가족 형태의 변화는 돌봄의 문제를 개인과 가족이 아닌, 국가와 지역사회가 나서는 ‘사회적 돌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과 제도, 예산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돌봄 노동자의 문제는 돌봄의 위기를 더욱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돌봄 대상자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가 2013년 40만명에서 2022년 100만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요양보호사 역시 2010년 47만 3000여 명에서 2022년 62만 6000여 명으로 늘었지만, 2027년에는 요양보호사 인력이 약 7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42년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이 수요의 3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언젠가 내 가족이나 나 자신을 돌봐줄 사람조차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많은데 정작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양보호사가 적은 이유는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노동 가치를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돌봄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합당한 지원 없이 ‘좋은 돌봄’을 기대하고 사회적 돌봄 체계에서의 역할을 강요할 수 없다.

제주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장기요양기관 근무자의 권익향상과 인식개선, 역량강화 등을 지원하는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를 3월 21일 개소한다.

앞으로 센터가 “누가 우리를 돌보는 이들을 보살피게 될까”라는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지원을 부탁드린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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