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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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날아라, 날아라, 하늘 높이 날아라. 바람타고 멀리 멀리 날아라. 내 꿈도 함께 싣고 날아라.

『 연싸움』이 벌어지는 음력 정월 어느 날. 하늬바람이 잘 불어오는 날엔 파아란 하늘 우러러보며 동심은 그렇게 간절히 발원했었지요.

옛 성벽은 다 허물어져 높은 곳이 없었던 조그만 마을에 그나마 올레 밖에 넓고 넓은 한밭이 있어서 그곳에서 연싸움 경기가 벌어지곤 했답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은 제 각각 장갑을 낀 손에 연과 얼레를 들고 나와 긴장된 모습으로 연날리기 시합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과 연들이 재주를 부리며, 하늘에서 공중곡예를 벌이는 전투기 에어쇼라 할까.『가오리연』은 아이들 손에, 『방패연』은 어른들이 조종사가 되어

이륙이 시작된다. 연을 잡고 있는 어른과 아이들은 안간힘을 다해 힘차게 달리고 달린다. 가운데 방구멍이 뚫어진 네모진『방패연』은 약한 바람에도 힘을 모아주니, 쉽게 솟아오른다. 이에 질세라 아이들이 꼬리를 길게 이어 붙여 만든『가오리연』도 이륙에 성공한다. 연싸움을 잘 하려면 숨겨진 비법(?)이라할까. 그 준비가 야단스러웠다.

연줄이 단단해야 했으니, 찹쌀풀을 만들어서 실에 칠하기도 했고, 사기가루나 유리가루가 들어가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연줄이 길면 길수록 싸움에 유리하다고 하니, 바느질 상자를 뒤져서 몰래 훔쳐내어 가는 실을 비벼가면서 굵게 꼬아놓느라고 고심도 많았다. 연들이 높이 뜨다보니, 하늘길이 얽혀지면 연줄을 감아놓았던 『얼레』에서 불꽃이 튕겨날 것만 같았다. 싸움은 연줄의 강도나 길이도 문제지만, 역시 얼레를 다루는 조종기술이 승패를 좌우하고 있었다.

연실을 자유자재로 감고 풀어주는데, 능수능란해야 승산이 있기에 하늘에서 위 아래로 좌우로, 급하게 오르고 내리고 회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몸에 익어야 한다. 순간 순간 위태로움이 다가선다. 아슬아슬하다가 충돌을 피해보지만, 연실이 끊어져 나가면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승패가 가려졌다. 탄성과 환호가 온 동네를 감싸 돌고 돈다.

멀리서 손에 땀을 쥐고 연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은 발이 시리는 것도 아랑곳없이 몸부림치면서 떨어져 가는 연을 쫓아 멀리 멀리 바람따라 뛰기 시작한다.

며칠씩 연줄을 마련하느라 공들였던 꿈이 모두 날아가 버려, 집으로 돌아오는 동심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게다가 어머니로부터 기다리고 있을 꾸지람 소리가 더 무서워져 저녁밥은 죄인처럼 먹어야했다.

연의 역사는 오래인 듯 한(漢)나라의 한신(韓信)이 큰 연을 만들어서 병사를 태워 적진(敵陣)을 정찰했다는 고사(古事)도 전하고 있고,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연을 이용해서 반란을 진압, 임진왜란 당시 모양과 색깔을 넣어 전투명령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기록도 전하고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연을 띄워 올리고 싶어도 맘놓고 띄울만한 곳이 없어 연싸움에 얽힌 추억 쌓기란 꿈속에서 만나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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