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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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빈 곳이라곤 빛의 스민 공간뿐이다. 그 공간을 넓히려 과감히 끄집어냈다. 쌓였던 물건을 밖으로 내쳤으니 비워진 공간이 허전할 법도 한데, 되레 조화로운 에너지 흐름이 느껴지며 마음이 온화해 온다.

몇 년째 쓰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냄비 세트를 정리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렸더니 바로 구매자가 나타났다. 언젠가는 폐기물로 처리될 수도 있는데, 더 늦기 전에 알뜰한 가격으로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중고 사이트에 올리게 됐다.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여기저기 갇혀 있는 물건들을 꺼냈더니 제법이다. ‘언젠가는….’ 하며 모아둔 게 수납장마다 꽉 찼다. 쓰임새별로 하나하나 물건을 추리니 수납장 안이 여유로워졌다. 무엇보다도 한눈에 보관된 물건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이렇게 ‘미니멀 라이프’와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며 신바람이 났다.

미니멀 라이프.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을 수납장마다 모아뒀더니 쌓인 물건을 볼 때마다 머리가 복잡하다. 2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미련 없이 정리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의 말을 귀 너머로 흘렸다. 귓등으로 넘겼던 만큼, 수납장 안쪽의 물건은 몇 년째 빛 한번 제대로 쬐지 못하고 꿉꿉한 냄새만 더해가고 있었다.

불필요한 물건은 정리하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기. 안 쓰는 물건을 비웠더니 공간의 공허가 아닌 정리 정돈으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에 집중하게 됐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물건 제자리 찾아주기를 하려 한다. 내칠 것은 분리배출하고 쓸만한 것은 추려내 중고 거래를 했다. 그랬더니 비움으로 인한 공간의 여백과 마음의 여유가 생겨 좋다.

탄소중립. 모든 상품은 제조할 때마다 탄소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상품을 처리할 때도 매한가지이다. 이런 이유로 다국적 기업에서는 친환경 소재의 용기와 재활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 사용으로 탄소중립 실천 문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고 보면 중고 거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선택은 아닌지. 중고로 거래된 물건이 어쩌면 꼭 있어야 할 곳, 제자리를 찾아간 것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는 필요치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니 말이다. 판매자는 비워내서 좋고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좋고 일거양득 생활의 지혜는 아닐까 싶다. 이렇듯 재활용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소비인 게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한 비움과 탄소중립 실천을 통한 환경에 대해서는 너나없이 생각을 같이한다. 과거에는 모든 게 부족한 시대라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두는 게 절약의 미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덕목이 오히려 공간을 차지하고 관리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려 쓰지 않고 보관된 물건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사용하지 않고 쌓아 둔 물건이 실내 생활환경의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고 일의 집중을 어렵게 하고 있어서이다. 불필요한 물건은 나누고 재활용하는 생활 습관이야말로 환경을 지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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