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꿔주기’
‘의원 꿔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공직선거법상 지역구ㆍ비례대표 투표용지의 정당 기호는 국회의원 의석수에 따른다. 그리고 지역구 5석 이상이거나 직전 선거 득표율 3% 이상인 정당에 한해 전국 통일 기호가 부여된다. 현역 의원이 없으면 정당명 가나다순으로, 무소속은 추첨을 통해 기호가 배정된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의 정당 기호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3월 22일) 기준 의석수에 따라 결정된다. 현역 의원이 많을수록 앞 번호를 차지하는 게다. 이에 따라 거대 정당이자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기호 1, 2번을 받게 된다.


▲4ㆍ10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수를 가지기 위한 거대 양당의 정면대결이 가열되고 있다. 이미 양당은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란 위성정당을 창당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양당은 21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고 위성정당에 몰아주고 형국이다.


문제는 원내 1, 2당이 비례대표를 내지 않으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 첫 칸이 3번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현행 의석수대로라면 기호 3번은 6석의 녹색정의당 몫이지만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표심 전략’을 볼 때 주인공이 바뀔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거대 양당의 수싸움이 한창이다. 모정당의 소속 의원을 비례 위성정당으로 보내는 ‘현역 의원 꿔주기’를 준비하고 있는 게다. 양당은 원하는 기호를 확보하기 위해 의원들을 얼마나 이적시켜야 할지 고민 중이다.


현재 더불어민주연합은 기호 3번을, 국민의미래는 기호 4번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야 비례 투표용지에서 모정당(1번 민주당, 2번 국민의힘)과 나란히 첫 칸, 두 번째 칸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지역구 투표와 일관성을 유지해 비례 투표에서 편의상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게 양당의 복안인 셈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이 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국민의미래ㆍ녹색정의당ㆍ제3지대(조국혁신당ㆍ개혁신당ㆍ새로운미래 등)의 의석수를 넘어야 한다. 반면 국민의미래는 더불어민주연합보다는 적고, 녹색정의당ㆍ제3지대보다는 많아야 한다.


앞서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에 의원 20명을,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에 8명을 빌려줘 기호 4번, 5번을 배정받았다. 그나저나 ‘의원 꿔주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정치권의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