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엔트로피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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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논설위원

물리학에 열역학 제2법칙(second law of thermodynamics)이란 것이 있다. 엔트로피(entropy)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하며, 세상에서 에너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마다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며, 그 손실된 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엔트로피이다. 곧 우주 전체의 에너지양은 일정한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가능한 에너지양은 점차 줄어드는 지구의 물리적 한계를 말하는 것으로, 이 세상에서 유용한 에너지들은 계속 손실되며 그로 인해 엔트로피(무질서)는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물리학의 열역학 제2법칙은 인간생활과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은 집을 짓거나 건물 혹은 도로를 만들거나 하는 등 많은 질서를 만든다. 그러나 질서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무질서를 만든다. 쓰레기, 폐기물, 오염물질, 환경오염 등 이런 것들이 무질서의 산물인 것이다. 공간 이동을 위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때,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유용한 에너지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나 부적합한 에너지(소음, 열, 매연 등)로 전환된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가 감소한다는 의미이다. 어지러힘, 더러움, 폐기물, 오염물질, 죽음 이런 것들은 엔트로피를 상징하는 언어이다. 


엔트로피는 세상에서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경우는 고립되지 않은 개방된 상태에서의 생명체의 활동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산소, 음식 등)를 얻으며,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엔트로피 최대는 세상과 더 이상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상태(죽음)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주변 환경 및 관계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 법칙을 하나의 사회조직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조직 환경이나 조직구성원의 원활한 관계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조직의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저서 ‘엔트로피’에서 축적된 엔트로피로 인해 사회가 에너지원 자체에 대한 질적 변화를 꾀하는 때가 이른바 역사의 분수령이 된다고 보았다. 바로 이 전환의 시기에 낡은 방식은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 이때 사회의 엔트로피 총량은 너무나 커져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이동이 일어나고 새로운 방식의 기술이 태어나며 새로운 사회, 경제, 정치체제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엔트로피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새로 형성된 환경이 앞선 환경보다 더 열악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세계의 유용한 에너지는 끊임없이 무용한 에너지의 형태로 분산된다. 인간은 가장 먼저 손에 넣을 수 있는 에너지부터 쓰기 시작한다.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래 사람들은 앞선 사람들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에너지에 의존해야 한다. 나무를 베는 것보다 석탄을 캐고 처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 유전을 개발하고 석유를 뽑아 올리는 것은 더 어렵다. 원자력 발전은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저엔트로피 시대로 가기 위해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스템과 조직의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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