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모차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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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장/논설위원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듣다 접한 내용이다. 반려동물을 어린아이 태우듯 태우고 다니는 물건을 개모차라고 한단다. 필자는 처음 접하는 생소한 단어라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였다. 이후 더욱 놀란 것은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판매 대수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3년 합계 출산율이 0.72명이라는 초유의 숫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일본의 1.12명보다 무려 36% 포인트 뒤처지는 수치다. 일본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는 기사도 보게 된다.


최근 결혼식이 부쩍 줄었다. 줄어든 결혼식에서 보게 되는 풍경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요즘의 결혼식에서는 세 부류의 사람들을 접하기 힘들다고 한다. 첫 번째로 애를 낳지 않으니, 갓난아기들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이어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학원을 가야 하니 이 또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저출산과 더불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경제력도 자녀 리스크 등으로 형편이 좋지 않으니, 손주들 용돈이라도 들려줘야 하는데 체면이 서지 않아 참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학교 앞 문방구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외면적인 요인으로 국가에서 초등학생의 필요 물품을 지원해 주기에 문방구의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속내는 초등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고객이 줄다 보니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는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인구가 줄면,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기에 경제가 돌아가는 데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인구감소가 내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저출산의 문제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혼인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출산율이 저하되기도 하고, 출산 이후 양육에 대한 부담이 커짐에 따라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기도 하다. 양육에 대한 부담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다. 양육 비용에 대한 부담,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양육기관의 부족, 예전 부모들처럼 손주를 봐준다는 것이 다반사는 아니라는 점 등등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원인들이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에서는 대대적으로 출산을 제한하는 산아 제한 정책을 펼친 적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1960년대에 회자됐던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70년대에 유명했던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80년대에 이르러서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그 당시 정부가 내세운 구호들은 지금에 와서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제는 온 국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출산이 신혼부부만의 몫이라고 단정하거나, 정부가 알아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관점의 전환과 더불어,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경제적, 환경적 여건을 마련하는데, 총체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모차와 함께 유모차도 공원과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세상이 봄과 더불어 오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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