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속 글라이더로 태풍-해양환경을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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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길목, 제주서 '해양글라이더'로 위험기상에 대응

박영연, 국립기상과학원장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변화하는 날씨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게 되면서 그 고유성을 가지게 된다. 바다 위의 날씨는 육지의 도시나 산림 내 날씨와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해양기상’이라고 한다.

해양기상은 주로 대기와 해양 간 상호 작용의 결과로 나타난다. ‘기상(氣象)’과 ‘해상(海象)’의 요소 간에 따른 물리량의 거래이다.

대기의 바람은 해류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수온과 염분을 변화시킨다. 해양의 변화는 대기로 열과 수증기를 공급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상호 작용으로 태풍, 호우, 폭설 등의 발달 양상이 달라진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기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이러한 변화 양상 속에서 해양관측은 바다의 위험기상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날씨에 미치는 해수면 온도와 해양 열용량의 영향은 바다 아래 깊은 곳까지의 환경 관측을 요구한다.

제주도의 경우, 태풍의 길목에 위치하는데, 일반적으로 태풍은 대기의 흐름만큼이나 해양환경에 좌우된다. 특히, 태풍의 강도는 해수면 온도와 해양 열용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는 지난해 최초로 태풍이 잦게 발생하는 시기인 8월 13일부터 9월 19일까지 제주도 먼바다에서 ‘해양글라이더(Ocean Glider)’를 이용한 수온과 염분 관측을 수행했다. 해양글라이더는 이동체 내부에 부력엔진을 탑재해 최대 4개월의 장기간 동안 관측이 가능한 무인 해양관측 로봇이다.

이번 관측을 통해 해양 열용량이 이어도해양과학기지 위도에서 왕복 120㎞ 관측 구간까지 동서로 약 20% 정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풍이 어느 해역을 통과하는가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한 사례였다.

올해 국립기상과학원은 해양글라이더를 활용해 여름철 태풍이 북상하는 경로에서 집중적으로 태풍과 해양환경 간의 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는 태풍 분석과 영향예보 지원을 위한 해양환경 정보의 생산 및 제공이 목적이다.

현재 태풍예보에 활용되는 해양환경 자료는 기상위성의 해수면 온도, 현업 기후예측시스템의 열용량 분석 그리고 표류부이에서 관측된 파고와 수온 등이 있다. 이러한 자료와 함께 해양글라이더를 이용한 무인 능동형 해양관측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태풍의 강도 분석과 영향예보에 또한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도 해양글라이더의 지속적인 운용을 통해 태풍과 해양환경 간의 관측 기술이 더욱 개발돼야 한다. 태풍의 진로와 강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구조 및 변동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해양글라이더를 이용한 북태평양의 해양환경 관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연재해피해액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태풍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규모도 점차 커짐에 따라 발생되는 피해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지상과는 달리 관측이 부족한 바다에서 발생해 서서히 발달하는 태풍의 특성상 해양관측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해양 위에서 발생되는 위험기상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 해양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제주의 바다 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해양글라이더가 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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