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잔재, 4·3 학살터…恨이 서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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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동알오름·섯알오름(서귀포시 대정읍)

내달 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거행된다.


1947년 3·1절 대회로부터 시작된 제주4·3은 분단에 반대하고 통일된 나라를 염원하던 제주도민들의 열망의 표현이었다. 또한 4·3은 국가의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생명권이 무참히 유린된 역사이다.


제주 전역에 산재한 360여 개의 오름들 중에는 4·3의 광풍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었던 도민들을 품어 주기도하고, 많은 도민들이 학살 되는 등 아픔이 서려 있는 곳들이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오름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바닷가에 위치한 동알오름과 섯알오름.


동·섯알오름 바로 앞에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송악산(松岳山)이 있다. 이 오름 절벽에 절(파도 또는 너울, 물결의 제주어)이 부딪치는 소리가 커서 절울이오름으로도 불린다.


이 절울이오름이 품은 알(卵)오름 중에서 동쪽에 있는 오름이 동알오름, 서쪽에 있는 오름이 섯알오름이다. 한자로는 동란악(東卵岳)과 서란악(西卵岳).


대정읍 상모리 산이수동,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오가는 유람선 선착장 주변에 주차한 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적당한 곳에 주차 후 최남단해안로를 따라 송악산쪽으로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이 바로 동알오름. 도로변에 올레코스를 안내하는 표시판이 있는데, 동·섯알오름은 송악산에서 이어지는 올레10코스이기도하다.

동알오름 고사포 진지.
동알오름 고사포 진지.

동알오름은 표고 45m에 비고 30m의 말굽형이고 섯알오름은 표고 40.7m에 비고 21m, 역시 말굽형 오름이다. 오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낮아 마을 뒷동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언덕이다.


올레 10코스 안내시설이 바로 동알오름 서쪽 끝자락으로 오름에 진입하는 초입이다. 몇 걸음 걸어 드넓은 야초지를 넘어서니 무성한 숲 사이로 작은 오솔길과 함께 대문같은 파란색 올레 안내시설도 등장.


이 곳을 넘어서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일제 강점기 고사포 진지. 지금도 고사포 진지의 형태가 뚜렷이 남아 있다. 또한 일제의 진지동굴도 동알오름 뿐 아니라 송악산 해안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고사포 진지를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동알오름을 지나 섯알오름으로 이동. 


섯알오름에도 예외없이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 탄약고 터가 남아 있다.


특히 섯알오름은 광복 이후 예비 검속에 의해 많은 주민들이 생을 달리한 집단 학살터로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섯알오름 자락에는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추모비’와 ‘명예회복진혼비’ 등 4·3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주민들의 영령을 기리기 위해 위령제단 등이 조성돼 있다.


또한 1950년 7월 16일과 8월 20일 이 지역 군부대 군인들에 의해 민간인들이 학살됐다는 내용의 안내문까지.


제주의 다른 오름과 달리 이 동알오름과 섯알오름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절로 숙연해진다.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추모비.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추모비.


조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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