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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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법무법인 결 파트너 변호사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자녀가 부모님께 예를 다하고 효도를 하는 것은 여전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것이 당연하지 않은 일처럼 보이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했더니 나이든 부모를 전혀 부양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는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을 증여했는데 자녀가 그 부모에게 그 집에서 퇴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각종 미디어로 접하게 된다.

이러한 일들 때문인지 부모와 자식간의 재산 증여 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너무 각박한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다른 자녀들간의 관계나 사위나 며느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너무 나쁘게 볼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러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민법 상 증여의 개념을 살펴 보면,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는 것이다(동법 제 554조). 이 때 증여가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언제든 이 증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계약서’라는 서면의 형태로 작성된 경우에는 이 역시 엄연한 ‘계약’이기 때문에 양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계약 당사자 의 일방적 의사만으로는 계약이 해지될 수 없다. 즉 증여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마음이 바뀌었다. 증여하지 않겠다’라는 정도의 의사표시만으로는 증여 계약이 취소될 수 없고, 일반적인 계약의 법리에 의해 그 계약 해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소위 불효 소송이라고 하는 소송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송을 통해서 계약이 해제됐는지, 증여가 취소돼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재산을 증여하면서 증여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라면 재산을 증여하는 대신 상대방이 이행해야 하는 의무, 부담 등에 대해 자세히 기재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부양 방법이 아니더라도 추상적으로라도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에는 자녀가 부양의 의무를 다한다는 정도의 내용은 반드시 기재돼야 한다. 부양의 의무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의무, 예를 들어 세금 부담의무라든지, 무상거주에 대한 내용만 기재돼 있다면, 기본적인 부양의 의무가 전제가 되는 것인지 여부부터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증여를 취소하고자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재산을 증여하면 당연히 부양 의무를 부담하고 이에 더해서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라는 주장을 할 것이고, 이에 대해 다투는 자녀 입장에서는 ‘부양 의무는 별개로 하고 계약상 의무만 부담하고 증여 받기로 한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계약법 상 원칙이나 논리로만 판단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양의 의무가 전제된 계약이라 판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소송 과정 중 다친 마음을 결과가 위로할 순 없다.

그래서 불효소송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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