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파문 이운재 `무원칙 사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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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잘한다고 면죄부를 줄 수 있나. 원칙 없는 사면은 안된다'
지난해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골키퍼 이운재(35.수원)를 징계 감면을 통해 국가대표팀으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축구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대표팀 자격정지 1년, 협회 주최 대회 3년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던 이운재 사면을 요청하는 공문을 2일 상벌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달 31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차전이었던 요르단과 홈경기에서 한국이 2-0 리드를 잡고도 방심 탓에 2-2 무승부로 다 잡은 승리를 날리자 `거미손' 이운재의 대표팀 복귀 필요성을 역설했고 끝내 선처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주전 골키퍼로 나섰던 김용대(광주)가 불안함을 노출했고 정성룡(성남)은 손가락을 삐어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다 김영광(울산)마저 미덥지 않아서다.

한국은 1승2무로 동률인 북한에 골 득실에서 앞서 불안한 선두를 지키고 있고 요르단(1승1무1패), 투르크메니스탄(1무2패)에 쫓기고 있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최종예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허 감독은 요르단 원정(7일)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14일)에 이어 껄끄러운 북한과 홈 경기(22일)를 지휘해야 하는 만큼 국내 최고 수문장 실력을 인정받는 이운재의 공백이 커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운재 사면 시도가 정당화되는 것일까.

이운재는 지난해 7월 아시안컵 때 우성용(35.울산), 김상식(32.성남), 이동국(29.전 미들즈브러)과 음주 파문을 일으켰고 주동자로 낙인 찍혀 4명 중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더욱이 자격정지 징계가 풀리려면 5개월이나 남아 있고 다음 달이 되어야 비로소 사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대표팀 전력상 필요 때문에 원칙을 깰 수 있다는 우려다. 대표팀에서 물의를 빚어 벌을 받은 만큼 그에 합당한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우성용과 김상식, 이동국을 놔둔 채 이운재만 사면해주는 건 형평성을 잃어 논리가 궁색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

허정무 감독은 이운재 징계 해제 움직임에 비판 여론이 일자 일단 요르단-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는 현재 골키퍼 3명 체제로 가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정성룡 손가락 부상이 많이 회복된 것도 입장 선회의 또 다른 이유다. 이운재 사면 논의는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허정무 감독은 매만 맞고 건 진 것은 없이 발을 빼는 처지가 됐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은 대표팀 사령탑인 허 감독이 떠안은 중책이자 온 국민의 염원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하다. 보다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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