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한국영화 두 축은 폭력과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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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세이 '발라시네'에서 한국영화론
 "한국 영화의 한 축은 폭력성이며 다른 한 축은 순수함이다."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최근 한글로 번역돼 나온 영화 에세이 '발라시네: 르 클레지오, 영화를 꿈꾸다'(글빛 펴냄)에서 한국 영화론을 펼쳤다.

그는 이 책에서 김기덕의 '섬',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이창동의 '오아시스'에 나오는 '극단적으로 거친 장면들'의 뿌리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았던 한국 전쟁을 꼽았다.

그는 "이런 배경에서 한국에는 폭력과 정치가 뒤섞인 독특한 문화가 태어났으며 한국 영화는 리얼리즘을 취하게 됐다"며 "이는 근거없는 폭력이 아니라 물질주의적인 세계에 맞서는 반항"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르 클레지오는 한국영화가 폭력성만 고집하지는 않고 있으며 지극히 순수한 작품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를 예를 들었다.

르 클레지오는 이 책에 박찬욱ㆍ이창동ㆍ이정향 감독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나는 서울 토박이로 내 핏속에는 이 도시가 흐르고 있다. 때로는 지겹기도 하지만 한달 이상 이 도시를 떠나 있는 것은 힘들다"며 서울에 대한 애정이 영화에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오아시스'에 대해 "이 영화가 장애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을 변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내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작은 변화로, 촛불 하나를 나눠 다른 촛불들을 밝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향 감독은 '집으로'와 관련해 "한국어로 '인연'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친근감과 예정된 운명을 동시에 담고 있는 개념을 좋아한다"며 "한국영화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다르게 세상을 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1963년 첫 소설 '조서'로 데뷔한 르 클레지오는 '열병', '사막', '성스러운 세 도시', '아프리카인' 등 화제작을 내놨으며 지난해 가을부터 1년 기한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영화 외에도 이란, 인도 등 제3세계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으며 1940~195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과 무성시대 슬랩스틱 코미디, 1940년대 일본 영화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대표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책은 질 자콥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60주년을 맞아 르 클레지오에게 의뢰해 탄생한 것으로, 서문에 자콥 위원장이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앙드레 지드와의 만남을 적은 글 '앙드레 지드의 우유잔'이 실려 있다.

이수원 옮김. 240쪽. 1만2천원.(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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