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도그마에 보내는 이성의 편지
종교적 도그마에 보내는 이성의 편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 출간
작년 여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을 놓고 사람들은 이슬람 국가인 아프간에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떠난 이들과 교회에 "도대체 종교가 뭐길래"라는 물음을 던졌다.

종교적 도그마를 비판해 온 샘 해리스가 쓴 '기독교 국가에 보낸 편지'(동녘사이언스 펴냄)는 이 질문에 대해 "종교는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데도 반드시 옳다고 생각되는 유일한 영역"이라고 답한다.

해리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종교가 도그마가 된다"며 사뭇 도발적인 방식으로 종교적 도그마를 비판한다.

예를 들면 3일된 인간 배아를 파괴해야 하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기독교도들에게는 "3일된 인간 배아는 주머니배라고 불리는 150개의 세포 집합이고 파리의 뇌 안에는 10만 개가 넘는 세포가 있다"며 "당신이 세계의 고통에 관심이 있다면 인간주머니배를 죽이는 것보다 파리를 죽이는 데서 더 큰 윤리적 고통을 느껴야 한다"(45~46쪽)라는 식이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마더 테레사에 대해서도 그녀의 연민이 종교적 도그마라는 높은 벽 안에서만 전달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더 테레사가 노벨상 수상연설에서 '평화의 가장 큰 파괴자는 낙태'라고 말한 것을 두고서는 "임신 9주 후의 태아를 죽이는 것이 지구 상의 다른 어떤 고통보다도 더 그녀를 괴롭혔다면 마더 테레사의 연민의 방향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전쟁.기근.정치적 고문.정신병 때문에 고통을 받는 수백만 명의 남자.여자.어린이가 어느 정도로 고통을 받는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합리적으로 질문할 수 없다"며 "그곳에는 신의 연민이 미치지 않으며 인간의 연민조차 죄와 구원에 관한 신앙으로 인해 방해받는다. 당신이 인간의 고통을 걱정한다면 낙태는 분명 당신의 걱정 순위에서 아주 뒤쪽에 있을 것"(52쪽)이라는 게 해리스의 주장이다.

제목만 보면 특정 종교를 겨냥한 비판서 같지만 사실은 수많은 갈등과 폭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모든 종교적 도그마에 보내는 편지다.

저자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슨, 종교 내부의 자기모순을 지적한 '신은 위대하지 않다'로 반향을 일으킨 크리스토퍼 히친슨 등과 함께 종교적 도그마를 지적하는 데 앞장서온 대표적인 논객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이 책을 반박하는 내용의 책들이 출간되기도 했다.

박상준 옮김. 140쪽.9천원(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