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가이아의 복수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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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러브록 '가이아의 복수'출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는 만물의 어머니다. 태초에 혼돈의 공간 '카오스'에 이어 탄생한 가이아는 땅에 산맥과 바다를 만들었고,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은 후 우라노스와의 사이에서 크로노스 등 티탄 12명을 낳았다. 올림푸스 시대를 연 제우스는 크로노스의 아들이자 가이아의 손자.

1972년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89)은 지구에 어떤 생물들이 모여 살든 지표면의 조건은 그들에 알맞게 유지된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생명이 행성의 조건에 적응해 진화한다는 통념에 반해 행성이 생명에 맞춘다는 가설은 당시는 파격이었다.

가설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진화하는 시스템으로 보는 이론으로 발전했다. 지구는 생명체가 체온과 화학적 균형을 조절하듯이 생물, 지표면 암석, 바다, 대기를 조절하려고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러브록이 이 이론에 붙인 이름이 '가이아'다. 지구가 스스로 의지를 갖고 움직인다며 지구시스템에 인격을 부여한 이론은 이름 못지않게 낭만적인 주장으로 과학적 냉철함을 잃은 것으로 폄하됐다.

하지만 가이아 이론은 꾸준히 힘을 얻어왔다. 지구가 대격변을 겪고 있는 21세기, 가이아 이론은 특히 유용하다. 러브록은 2006년에 내놓은 책 '가이아의 복수'(세종서적 펴냄)에서 더 이상 자기조절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가이아가 자신을 방해한 인류에 대한 복수를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는 또 한 권의 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책은 기존의 환경운동가들과는 선을 긋는 논쟁 거리를 가득 담고 있다.

'행성의사'라고 자칭하는 그는 책 전체에서 지구의 병세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급성이라고 진단한다. 안전해 보이지만 아직은 입증이 안된 신약인 재생에너지를 실험할 여유도 없으며 에너지 절약이라는 다이어트도 60억 인류가 따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대목은 그의 직업이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과학자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는 환경운동가들이 앞으로 지구가 어느 정도는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며 마치 " 폐암 환자가 담배를 끊으면 낫는다고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그는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대지의 여신을 병들게 하는 주범이라고 확인하면서 여신의 복수를 피하려면 '지속가능한 발전' 대신 '지속가능한 후퇴'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석연료를 '연소(combustion)'시키고, 트림과 방귀로 메탄을 내뿜는 '소(cattle)' 방목, 정글을 없애 농경지를 만드는 '전기톱(chainsaw)'등 '3C'를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실제로 유기농법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유기농법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경작지 확대라는 더 큰 피해를 낳고, 알코올이나 메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바이오 연료를 얻으려면 옥수수 등을 방대한 규모로 재배해야한다.

그는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저서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 DDT 남용으로 새들의 지저귐이 사라졌다고했지만 문제는 DDT 사용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새들의 숲을 경작지로 개간할 때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러브록은 당장 바이오 연료 개발을 중단해야하며 지형파괴와 에너지 효율의 한계, 건설기간의 장기화가 지적되는 풍력, 조력, 수력, 태양 에너지 개발도 중단해야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핵에너지 사용이다.

그의 주장 가운데 가장 많은 논쟁이 벌어지는 대목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이아 이론을 정립한 후 수십년 간 가이아를 살릴 핵심 치료제는 우라늄이나 수소 핵분열에서 얻는 핵에너지라고 고집해왔다.

우라늄도 매장량이 적어 몇 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등급이 낮은 우라늄 광석은 남아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핵무기에 대한 공포와 체르노빌 사고 등이 원자로와 방사선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주지만 체르노빌 사고로 죽은 사람은 75명이며, 전세계 화석연료 굴뚝에서 나오는 탄소와 황으로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사례들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숫자라고 말한다.

"문명은 풍전등화 상태에 처해있으며 당장 핵 에너지를 사용하든지 아니면 분노한 행성이 곧 가할 시련을 겪든지 해야한다…그것이 현재 우리 수중에 있는 유일하게 효과있는 치료약이라고 본다"(34쪽)
과학저술가겸 전문번역가 이한음씨가 번역했다. 264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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