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가난한 꽃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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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꽃담' 출간
"깊은 밤 꽃담 저 멀리, 꽃살에 붙은 창호지 틈새로 은은한 달빛이라도 새어들 양이면 세속의 욕망은 어느 새 소리없이 흩어지고 금방이라도 해탈의 문이 열리는 듯한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전북 전주의 '문화의 집' 관장을 지낸 이종근 씨가 왕이 살았던 경복궁의 화려한 굴뚝에서부터 나루터가 있었던 경북 성주 한개마을의 소박한 돌담까지 아름다운 꽃담들을 답사해 정리한 책 '우리동네 꽃담'(생각의 나무 펴냄)은 그 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꽃담들을 햇빛 속으로 드러낸다.

예로부터 여러 가지 무늬를 놓아 독특한 치장을 한 벽체나 담장 등을 모두 합쳐 부르는 꽃담은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기와와 전돌 등 주로 흙을 이용한 소재로 만들어진 까닭에 보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고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해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지면서 점차 그 자취를 잃어가고 있다.

시멘트 담과 아파트에 밀려 하나둘씩 꽃담이 사라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저자는 10여년간 꽃담을 답사하며 단지 미적 아름다움이 아닌 역사를 바라본다.

경복궁 교태전 뒤의 아미산 동산을 연결시킨 꽃담에서는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국모의 성품을 느끼고 창덕궁 낙선재 뒤뜰의 꽃담에서는 흥선대원군의 '묵란도'를 떠올린다.

비단 역사뿐이랴. 꽃담에서는 인생도 느낄 수 있다.

네 잎 클로버 모양의 통풍구를 가진 송광사 침계루에서는 '과유불급'과 '안분지족'을 깨닫고 안동 하회마을 북촌댁 샛담의 반원 무늬에서는 '먼 훗날 덩실한 원을 그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과 '더는 것이 채우는 것이고 조금 손해를 보는 것이 결국에는 커다란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의 근간을 발견한다.

유려한 문체로 꽃담에 대한 충실한 소개와 함께 꽃담 주변 지역 명문가의 풍수와 선비댁에 대한 뒷이야기 등도 알차게 담았다.

사진작가 유연준 씨의 사진은 꽃담을 직접 둘러보며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304쪽. 1만2천500원.(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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