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어린이 이야기 '흰지팡이 여행'
"눈으로 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두꺼운 안경을 쓰는 발레리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두꺼운 안경을 쓰면 그나마 좀 보였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마저도 보이지 않고 눈앞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기만 했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수업 받기도 힘들었고 아무리 앞을 잘 보고 다니려 애를 써도 여기저기 부딪히기 일쑤였다.
그 때 수자 선생님이 발레리에게 흰 지팡이를 건네준다. 발레리는 "난 장님이 아니에요. 필요없다고요!"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지팡이 사용법을 배우면서부터 발레리는 더 이상 부딪히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된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주로 써온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가 쓴 '흰지팡이 여행'(사계절 펴냄)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발레리의 시선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어려움과 좌절, 성취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사람들은 흰 지팡이를 짚은 발레리를 보고 "아주 예쁜 아이인데 눈이 안 보인다니 정말 안됐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발레리는 동네 아이들이 하는 건 거의 다 할 수 있다. 롤러스케이트도 탈 수 있고 수영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자기 손으로 침대도 정리하고 게다가 설거지도 한다!
그런 발레리가 기다란 지팡이를 쓰는 건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뿐이다".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44쪽. 9천800원.(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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