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복구시장 둘러싼 '소리없는 전쟁'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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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 대기업들이 중심이 돼 이라크의 전후 복구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도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MSNBC 방송 인터넷판이 22일 전한 바에 따르면 이미 벡텔과 핼리버튼을 비롯한 미국의 5대 건설, 엔지니어링 대기업은 지난달 전후 복구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입찰을 의뢰한 상태다.

이들 대기업은 도로, 항만 및 공항 등 인프라 복구에 우선적으로 비즈니스의 목표를 맞추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이라크의 방대한 석유 부문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대기업 외에 휴대폰에서부터 심지어 교과서와 휴지에 이르기까지 이라크 전후 복구시장을 구석구석 파고들기 위한 미국 기업들의 노력은 치열하다. 이들은 이라크 복구시장이 2차대전 후 유럽을 재건한 `마셜플랜'에 못지않은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대 관심 부문인 이라크 석유산업 쪽은 향후 3년간 최소한 5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MSNBC는 분석했다. 그러나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측은 이라크 산유량을 지난 91년의 걸프전 이전 수준으로 완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150억달러 가량이 투입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특히 걱정하는 이라크 유전 방화가 심각해질 경우 그것을 진화하고 복구시키는 비용까지 합치면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 기업들은 이 때문에 이라크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수익성을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시장 규모를 내다보면서 지난 걸프전 후 이라크가 침공했던 쿠웨이트를 복구하는데 들어갈 것으로 당초 추정됐던 비용이 1천억달러였으나 이후 25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미 상무장관이던 제임스 베이커가 미 기업의 쿠웨이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특별연락사무소까지 설치하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정작 실속은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쿠웨이트 전후 복구시장에서 이 나라를 해방시킨 주역이라는 기득권을 활용해 절반 가량을 자국 기업이 진출토록 하는 성과를 냈다.

미 기업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시장에서도 이런 기득권이 확실히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정부가 어차피 이라크 복구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는 점도 이들 기업이 믿는 구석이다.

더욱이 아프간이나 보스니아와는 달리 이라크의 경우 전쟁 후에도 미군이 상당 기간 주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기업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즈니스에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석유 부문을 `탈취'한다는 국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 부시를 비롯해 지금의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출신 지역 등으로 인해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과 이해가 밀접하게 연계돼있는 것이 현실임을 이들은 상기한다.

이라크 전후 복구시장을 둘러싼 미 재계의 `소리없는 전쟁'이 거대한 굉음을 내는 지금의 군사작전보다 실상은 더 무서운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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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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