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 노트 - 수필가 김정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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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진작가와 편견

지난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해 한때 이상한 조류가 있었다. 방화사건의 용의자가 2급 지체장애인이라 하여 장애인에 대한 좋지 않은 말들이 돌았었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장애인들의 세상이 질식할 것처럼 참혹하다든가, 현실 세계를 마지막 다다른 종착역쯤으로 치부한 나머지 삶의 의미나 살아갈 의지를 더 이상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생각하기 쉽다.

곽상필도 반신불수의 지체로 언어 소통이 안 되는 2급 장애인이다.
벌써 8년의 병고 끝에 그는 장애인만 찍는 전업작가로 변모해 있다.

그리고 그가 만나는 장애인들을 달라지게 만드는 재주를 갖게 되었다.
곽상필은 세상의 끝에 있는 장애인들을 늘 만난다. 그러나 그의 카메라를 거쳐서 만나는 사람들은 진지하고 열심히 배우려 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말하자면 자기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들로 달라진다.

그의 흑백사진 속 인물들은 침묵 속에서 한결같이 평화에 차 있고 작은 소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행히 그는 사물을 따뜻하게 볼 줄 안다. 그의 시각에는 늘 따뜻한 애정이 서려 있고, 어쩌면 그것이 그의 유일한 무기일지도 모른다.

사각형의 프레임 안으로 잡혀 들어온 그가 만난 사람들은 침묵 속의 주어진 여건에 불평할 것조차 없이 환하게 우리를 반기고 있다. 거기서 늘상 그런가 보다 하고 살면서 행복한 생명체인 것처럼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음을 알리려고 한다. 작가는 인간의 한계적 상황, 말하자면 기존의 가치관이나 자의 또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굴레쯤은 어려움 없이 넘기면서 순응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장애인의 표정을 시간 속에서 관찰하고 표현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오늘 우리가 무엇을 잃고 또한 무엇을 벗겨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일깨워준다. 많은 것을 상실해가는 오늘의 시점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자아 찾기이며, 홀로 서기다. 그런 질문에 작가는 장애인을 곱지 않게 보는 메마른 세상을 희망의 꿈으로 다시 답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다.

장애인들은 대부분 장애를 가진 후로 차별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물론 우울증에 시달리고 사회를 비관할 수도 있다. 그런 성격장애는 살다보니 생긴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스템의 부재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러한 성격장애를 불러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곽상필의 사진은 장애인들이 왜곡되지 않게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그가 표현하는 것은 세상의 끝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꾸는 내일의 아름다운 꿈이며, 또는 더 이상 아름다움이 돋아나지 않는 장애인이 꾸었던 그리움의 꿈이다. 그렇게 장애를 한 인간의 실존적 삶으로, 영원한 그리움으로 불러냈다. 그의 작업은 희망과 생명의 상징이며, 또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부활의 가교라고 불러도 좋다.

곽상필의 작품을 한번 보라. 장애인들을 슬프거나 불편한 존재로 보아왔던 우리의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온전한 이가 오히려 잘못된 것처럼 나타나 있다. 온전한 이가 위로받도록 그의 사진은 그렇게 우리의 메마른 삶을 정화시켜준다.

나는 곽상필 사진 만큼 장애인들을 희망으로 잘 표현한 사진을 본 적이 없다. 그 속의 인물들을 마치 우리 가족처럼 감싸안고 싶어진다. 그만큼 그의 사진은 눈물겹게 감동적이며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곽상필의 진지하고 새로운 시도에 많은 관람과 격려로 응답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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