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 밀린 공기업민영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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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기업 민영화를 후순위 과제로 돌림으로써 공기업들의 민영화를 통해 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은 성사가 불투명해지게 됐다.

공기업 민영화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추진됐지만 해당 기관과 노조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돼 왔을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이번에도 정권 초기 개혁의 탄력을 받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었다.

하지만 '촛불 민심'에 놀란 정부가 공기업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일정도 정하지 않은 채 개혁을 뒤로 미룸으로써 민영화 추진동력은 상당부분 상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정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 정국이 쇠고기 파동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공기업 노조들까지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국정운영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국내 물가가 치솟는가 하면 국제수지나 일자리창출, 경상수지 등 제반 경제현실이 날로 어려워져 정책역량을 다른 곳에 쏟을 여유가 없다는 현실인식도 작용했다.

하지만 그동안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로 끊임없이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공기업들이 이번에도 구조조정의 그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국가 경쟁력 업그레이드는 시작도 하기전에 무산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장영철 공공정책국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 추진중인 공기업 민영화는 당장 기업을 매각해서 빚을 갚자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기관이나 노조 등과 충분히 대화해서 합의를 이루면 무리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획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당으로부터 명확한 의사를 전달받은 것이 없지만 복잡한 정국 상황을 고려해 조금 천천히 가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어차피 개혁과제이기 때문에 준비는 계속 해 나가겠지만 아무래도 일정은 늦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아쉬움과는 달리 그동안 통폐합과 민영화를 통해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우려했던 해당 공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토지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국민적 공감대 부족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후순위 정책과제로 돌리기로 한 것이라면 긍정적"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토지공사는 규모가 큰 주택공사와 통폐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 등이 제기됨에 따라 천막농성과 1인 시위 등을 통해 반대해왔다.

다만 한국전력과 수자원공사, 코레일, 가스공사 등 덩치가 큰 공기업들은 정부 출범 초기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민영화 유보가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온 혁신도시 계획에 따라 본사가 지방으로 가야할 공기업들은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졌다.

그동안 민영화될 경우 지방으로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해왔지만 민영화가 유보되면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일정이 보류되면서 이들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도 함께 늦춰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민영화 자체가 구조조정 방안 중의 하나이므로 맞물려서 준비한 것인데, 민영화가 늦춰지면 구조조정 계획도 당연히 발표가 보류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구조개혁 방안이 일단 연기된만큼 그동안의 일방적인 추진과정에 대해 재점검하고 국민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300여개가 넘는 공기업 중에서 문제가 되는 곳이 있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감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일방적이고 졸속이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면서 "일단 연기된다면 이번 기회를 계기로 민영화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김준억 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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