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인간 횡포 비판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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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게이치 감독 일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오래 전에 지났다. 수십 년 전부터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수성에 더해 실사영화 못지 않은 표현력과 철학, 사회적 시각을 두루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동화적인 설정에도 탄탄한 연출력과 촌철살인의 대사, 속 깊은 시각을 지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관객의 시선까지 잡아끌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일본 전설이나 민화에 등장하는 물의 요괴 갓파(河童)다. 초등학생 소년 고이치는 귀가중 개울가에서 이상한 화석을 발견하고 집으로 들고온다. 화석을 물에 담그자 갓파가 깨어난다. 이 갓파는 에도시대에 인간의 횡포로 아버지를 잃고 돌 속에 갇혀 현대로 넘어왔다.

고이치 가족은 '쿠'라는 소리를 내며 우는 갓파에게 쿠라는 이름을 붙이고 돌보기 시작한다. 쿠는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자신이 살던 자연을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어한다.

고이치는 쿠를 위해 다른 갓파를 찾아 여행길에 오르지만 갓파를 발견하지 못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고이치와 쿠는 집요한 기자들의 추적을 받게 된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전설 속 신비로운 존재와 어린이의 교감을 다루는 줄거리에서 '이웃집 토토로'를 연상시킨다.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평범한 가족의 생활상에 대한 세심한 묘사, 어린이와 요괴의 우정을 다룬 귀여운 에피소드들은 관객을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의 무게감은 그보다 훨씬 크다. 인간의 마구잡이식 환경 파괴와 옐로 저널리즘, 집단 따돌림까지 현대사회의 문제를 하나씩 돌아보며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이르면 인간의 횡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다소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감동과 교훈적인 메시지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편이다.

또 하나 걸림돌은 상영시간이다. 묵직한 내용에 더해 138분의 상영시간이 어린 관객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듯하다.

하라 게이치 감독은 고구레 마사오의 동화 '갓파 대소동'과 '갓파 깜짝여행'을 읽은 뒤 오랜기간 영화화를 준비한 끝에 이 작품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제4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으며 올해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26일 개봉. 전체 관람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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