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초대 청와대 참모진을 진두지휘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결국 117일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직언도 서슴지 않아 핵심 정책참모이자 `복심'이라는 평을 받아왔으나 뜻하지 않던 쇠고기 파문과 `촛불민심'에 밀려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이 대통령과 류 실장이 인연을 맺은 것은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이 재선의원 시절이던 1996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부대운하 건설 구상을 제시하기에 앞서 대학에서 지역정책론.지역개발론을 강의하던 류 실장을 직접 찾아가 조언과 도움을 청했던 게 계기였다.
두 사람과의 관계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인 2004년 류 실장이 `수도이전반대 국민연합'을 주도하면서 더욱 끈끈해 졌다는 후문이다.
류 실장은 특히 지난 대선기간에는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을 맡아 정책브레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일해달라는 요청을 뿌리치고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류 실장은 이 대통령의 `삼고초려'로 청와대에 입성했으나 결국 4개월만에 물러나 `초대 비서실장'으로서는 최단명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1960년 윤보선 전 대통령이 옛 경무대를 청와대로 개칭한 이후 비서실장에 오른 인물은 이재형씨를 시작으로 모두 30명.
최초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이재형씨는 1960년 10월부터 1962년 4월까지 재임하며 윤 전 대통령과 사실상 임기를 같이 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으로 이동원씨에게 자리를 넘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동원씨를 시작으로 이후락, 김정렴, 김계원, 최광수씨를 비서실장 자리에 차례로 앉혔다.
특히 김정렴 전 실장의 경우 1969년 10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거의 10년간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해 역대 최장수 비서실장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8개월여 대통령직을 수행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최광수씨를 비서실장에 계속 앉혔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7년여 동안 김경원씨를 시작으로 김윤환씨에 이르기까지 모두 7명의 비서실장을 임명하며 평균 1년에 한명씩 비서실장을 갈아치웠다.
이에 비해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은 5년 임기에 각각 3명(홍성철, 노재봉, 정해창)과 4명(박관용, 한승수, 김광일, 김용태)의 비서실장을 임명해 실장 `수명'이 비교적 길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중권, 한광옥, 이상주, 전윤철, 박지원 비서실장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희상, 김우식, 이병완, 문재인 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역대 비서실장 가운데 최단명 기록은 최근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전윤철씨로, 재직기간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2002년 1월 29일부터 같은해 4월 15일까지 3개월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어 이상주씨가 2001년 9월 10일부터 2002년 1월 28일까지 약 100일간 재임, 두번째 단명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윤철씨의 경우 진념 당시 경제부총리가 경기지사에 출마하면서 부총리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고, 이상주씨도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것이어서 `불명예 퇴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류 실장이 퇴진할 경우 초대 비서실장으로는 역대 최단명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문희상씨는 1년, 김대중 정부의 김중권씨는 1년 9개월, 김영삼 정부의 박관용씨는 1년 10개월 동안 각각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