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생존자의 담담한 회상 '카운터페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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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범을 주인공으로 삼은 '카운터페이터'는 화폐 위조에 관한 영화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생존자가 담담하게 들려주는 홀로코스트 이야기다. 당연히 극은 양심과 휴머니티를 조명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살로몬 소로비치(칼 마르코빅스)는 카지노에서 만난 여자가 자신의 팔에 새겨진 숫자 문신을 보고 깜짝 놀라자 과거를 회상한다.

그는 '위조의 제왕'으로 명성을 떨치던 중 경찰에 체포된다. 유대인인 그는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다. 살로몬은 대상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기는 실력을 수용소에서도 발휘해 나치 친위대 간부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다른 수용자들보다 안락하게 지낸다.

그는 어느 날 다른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 곳에는 인쇄 기술자, 은행원 출신 수용자들이 가득 모여 있다. 물자 부족에 허덕이고 있던 나치가 적국의 경제 질서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대량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 작전에 투입된 것.

수용자들은 일단 영국 파운드를 위조하는 데 성공하지만 다음 과제는 미국 달러다. 완벽하게 위조하지 못하면 죽음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살로몬과 수용자들은 나치를 적극적으로 도와 일단 생존을 도모해야 할지, 작업을 훼방놓아 종전을 위해 투신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진다.

수용자들이 처참하게 살해되는 순간이나 주인공이 어렵게 위조에 성공하는 순간, 주인공이 바닷가에서 탱고를 추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카메라는 갈림길에 선 유대인 수용자 각각의 선택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도 직접적인 감정 개입은 최대한 삼간다. 나치 친위대원들도 절대악의 묶음으로 뭉뚱그려놓기보다 하나하나 입체감있게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정서적 대립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스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는 데 집중했다. 영화는 주인공의 행동이 미화되지 않는 미덕을 갖추고 있어 관객은 냉정하면서도 진지하게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는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내달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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