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엔 한숨이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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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오르고’, 어획량‘줄고’, 어민‘떠나고’

면세유 폭등, 어획량 감소, 선원 구인난 등 3중고에 어민들이 바다를 떠나고 있다.

2일 제주항에서 만난 어민들 사이에서는 “끝 모르게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배를 띄워 봤자 적자”라며 푸념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2일 제주항에서 갈치잡이 어민들이 고유가와 부진한 어획량 때문에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어민들이 조업 포기상태에 이른 것은 유가 고공행진 속에 지난 1일 어업용 면세유 한드럼(200ℓ)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20만원을 돌파했기 때문.

지난해 면세유 경유 가격은 11만원으로 갈치 어선이 한번 출항해 30일 조업을 하는데 1500만원의 연료비가 들어갔다면, 지금은 3000만원 정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주 김모씨는 “갈치를 잡아도 선원 인건비, 어구 구입비 등을 제하면 선박 운영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조업을 하는 만큼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제주바다의 어족자원 감소도 어민들을 바다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어선을 3시간 몰고 나가면 씨 굵은 은빛 갈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제주 연안에서 갈치를 잡았다는 어민들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이날 제주시수협공판장에서 위판에 들어간 갈치도 일본 EEZ와 공해(公海)인 동중국해에서 잡은 것으로 50~60t 규모의 대형 연승어선(목포선적)이 한 달 간 먼 바다에 나가서 잡아 올린 것이다.

대조적으로 가까운 바다로 나간 제주어선들은 고등어와 각재기(전갱이) 등 잡어만 공판장에 넘겼다.

어민들이 생계 터전인 바다를 떠나면서 어업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04년 도내 어선총수는 3303척. 불과 3년 뒤인 지난해말 기준 도내 어선총수는 2780척으로 16%(523척)나 줄었다.

어선 한 척당 선원 5명이 승선한 것을 감안하면 2500여 명의 어업인들이 바다를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년 동안 벌여온 어선감척사업이 끝나는 올해도 240척의 연안어선을 처분하는 감척에 들어갔다. 올 연말에는 어선총수가 2500여 척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선 감척 신청자가 늘어나자 제주도는 올 하반기에도 정부의 고유가 특별대책이 나올 경우 100척 이상의 어선을 추가 감척하기로 했다.

최임규 제주도선주협회장은 “1년 새 배로 오른 어업용 면세유 가격은 어민들에게 ‘기름폭탄’이나 다름없다”며 “지난달 전국어업인연대를 결성한 만큼 정부가 확실한 고유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어민들은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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