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하는 어린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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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실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미친소”,“이명박 아웃”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7살 조카가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거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무시무시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분명 또래 친구들이나 TV 등에서 본 장면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일 터이다. 똑똑한(?) 조카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참담한 심경 금할 수 없다.

전국 각지에서 피어오르는 촛불이 언제면 꺼질지 아무도 모른다.

수그러들던 촛불이 정부당국의 고시 관보게재로 인하여 다시 불붙었다. 또한 국회의원에 대한 경찰의 연행 및 폭행시비가 잇따르는 등 촛불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대규모 촛불시위는 잘못된 쇠고기 협상에 의해서 점화되었지만 기대를 저버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유능한 CEO 대통령이라면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충분히 이루어 낼 것이라고 믿었지만 ‘고소영’, ‘강부자’, ‘만사형통(萬事兄通)’ 등의 신조어만 탄생시켰다.

성공한 대통령을 갖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집권초기에 큰 위기를 맞은 것은 어쩌면 다행일 수 있다. 초기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총체적인 원인분석은 성공적인 국정운영모델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임명된 청와대 2기 참모진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쁘진 않다.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시 하고 현장 속으로 향하는 수석들의 모습도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촛불이 꺼질지는 의문이다. 촛불이 확실히 꺼지기 위해서는 우선 쇠고기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촛불시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퇴임 뒤에 더 인기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쇠고기 협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추가협상의 결과 이상은 불가능 하다고 고백하지 않을까? 쇠고기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하지 않았을까?

오늘 저녁이면 조카를 다시 만난다. 조카의 기억 속에서 촛불은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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