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代 직장인도 의사도 로스쿨 도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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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손익계산 따져보자
▲ 직업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4월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2009학년도 서울대 로스쿨 설명회에는 600여 명이 참석했다.

로스쿨에 대한 관심은 나이와 직업, 전공 불문이다. 최근 마감한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를 분석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1만960명의 LEET 지원자 가운데 이공계(2147명) 출신이 20%에 육박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미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의학 또는 약학 전공자도 340명이나 됐다.

나이를 보면 40대 이하가 주를 이뤘지만 41세 이상 지원자가 57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51세 이상자도 98명이다. 지원자의 대부분은 학생 또는 직장인이었지만 아예 직장에 사표를 내고 배수진을 친 경우도 있다. 이들이 로스쿨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합격하더라도 3년 동안 2억원에 이르는 등록금ㆍ기회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변호사시험과 취업 관문을 뚫어야 하는 난관이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다니던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던진 중년의 직장인, 잠잘 시간도 부족한 대학병원 인턴, 공대 출신 30대 직장인에게 로스쿨에 도전하게 된 이유와 각오를 들어봤다.

◆직장에 사표 낸 40代…'실무 + 법지식'땐 경쟁력

= 40대 초반의 A씨는 올해 초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로스쿨을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제대로 준비하긴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고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직장을 다니며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식이 아니라 아예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A씨는 "올해 초 예비 테스트를 해보니 녹록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예 올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으나 요즘에는 아예 학원에 둥지를 틀고 강의를 들으면서 스터디모임도 하며 공부한다.

A씨는 직장에서 주로 정보기술(IT)과 금융 분야에서 일했다. 로스쿨에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 A씨는 "다른 직장인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고, 회사 간 특허소송이나 보험과 관련된 소송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로스쿨에 입학해 3년 동안 공부를 한 후 졸업하면 40대 중반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전문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A씨는 로스쿨에 빠져들었다. 올해 LEET 지원자 중에는 A씨처럼 40대 이상이 576명으로 대략 전체 지원자의 5%를 차지한다.

A씨는 "오랜만에 책을 잡아보니 재미는 있지만 아무래도 암기력이 떨어지는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금융과 IT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 한 덕분인지 추리 등 논리학에는 감각이 있지만 학창 시절에 해본 적이 없는 논술에는 영 자신이 없다.

그는 "나이가 많든 적든 로스쿨에 다니려면 재정 등 부담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며 "나중에 도전하는 직장인의 경우엔 혼자 공부하는 데에 부담이 있으니 가급적이면 스터디모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대학병원 인턴…의료법률수준 높이고 싶어

= B씨(29)는 대학병원 인턴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힘든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B씨는 얼마 전 LEET에 지원했다.

B씨는 본과 시절부터 의사 출신 변호사 선배들을 동경해 왔다. B씨는 의사가 전문직이긴 하지만 여기에 법률지식을 쌓아 우리나라 의료 법률의 수준을 높여보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그는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가 되더라도 변호사로 활동하기보다는 의사로서 의료 관련 입법 활동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이 300명으로 극히 제한된 인원만 뽑을 때에는 의사가 사시에 합격하면 신문지면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사시 합격자를 1000명으로 늘린 이후에는 의사 약사 회계사 등 전문직이 사시에 합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전문직이 법지식으로 무장하면 해당 분야의 법률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

B씨처럼 이번에 LEET에 지원한 의사ㆍ약사는 340명이나 된다.

이들뿐만 아니라 회계사와 변리사 등 그동안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 한계를 느꼈던 전문직들도 다수가 지원했다.

B씨는 "인턴 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하고 있긴 하지만 하루 한 시간 공부하기도 쉽지 않다"며 "주로 주말에 몰아서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바빠서 학원을 다니지 못하고 있다. 주로 문제집을 풀며 독학으로 8월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LEET가 어느 정도 난이도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문제집에 나온 수준을 감안할 때 대학생활을 잘 마치고 나면 그다지 크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공대 출신 30代 직장인…평범한 직장생활 탈피 꿈꿔

= 30대 초반의 C씨는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했다. 사회 생활이 다소 늦어 이제 직장 생활 2년차다. C씨는 얼마 전 LEET 원서를 접수시켰다. 대학 동문 후배가 "로스쿨을 공부해 보는 것이 어떠냐"며 연락을 해 와 주섬주섬 준비를 시작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직장에서 익힌 지식에 법률지식을 더하면 경쟁력 있는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이제 제대로 준비한 지 2~3개월 정도 지났다.

C씨는 "준비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에는 큰 의미를 두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며 "미리미리 많이 모니터링해 놓으면 나중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에 LEET에 지원한 1만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C씨처럼 경험 삼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인의 경우엔 일반 학생들에 비해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만 '직장'이라는 전문 실전지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단 경험부터 쌓아보자는 심산으로 지원한 이들이다.

특히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했거나, 경영ㆍ경제학을 공부한 직장인 가운데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는 지적재산권이나 기업법무 쪽을 특성화한 로스쿨이 많은 게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축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C씨 역시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하면 전공과 관련된 송사를 맡아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C씨는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학원을 다닌다. LEET 지원자 중 대략 40%가 31세 이상이다. 대부분 직장에서 '쉬쉬' 하며 학원을 다닌다. 괜스레 남들에게 알려지면 잡음이 나올까 걱정돼서다.

<본사제휴=매일경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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