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모기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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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반전시위에도 불구하고 B-52폭격기 및 크루즈 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이라크를 침공, 속전 속결을 목표로 했던 미.영.호주군이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는 이라크의 10만 공화국 수비대와 교전을 벌여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통상 모두를 나무라게 된다. 힘을 사용하여 서로를 상하게 하는 것은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우격다짐은 무조건 나쁘다고 가르치고 있으며 싸움 당사자 모두를 나무라게 되는 것이다.

국가간의 대규모 전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지금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에 대해 잘잘못을

따진다 해도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는 까닭도 이와 같을 것이다. 걸프전을 비롯하여 오래 전부터 뿌리 깊이 진행되어온 이 전쟁에 대해 명분과 절차상 미국이 잘못한 점이 인정되지만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권의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미국의 전의를 북돋우고도 남음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9.11 테러로 인해 경악하며 비통해하고 있을 때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에선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적의 죽음에도 숙연해야 하는 최소한의 종교적 인도주의와 국제적 예의도 망각한 그들은 전시에나 있을 수 있는 승전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고 한다. 걸프전 후에 무장해제를 약속한 이라크는 그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더욱 전의를 다지고 테러를 지원하고 있었다고 하니 청천벽력 같은 9.11 테러의 피해 당사국의 원한이 온 국민의 단결된 전의로 굳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전쟁은 시작되었고, 지금 온 세계의 희망은 빨리 전쟁이 종료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전후의 재건과 치유를 위해 온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반전.반미를 외치는 것은 솔직히 지금 아무 소용이 없다. 싸움을 시작한 아이 어느 한 쪽을 나무라는 것은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미국은 계속 이라크의 지도부에게 협상을 제의하며 점진적으로 바그다드로 진군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후세인을 비롯한 이라크의 핵심 지도자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 낼 수 있는가가 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최첨단 무기의 위력으로 미국의 우세 속에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라크는 아무런 죄도 없는 자국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미국은 전비를 최소화하며 국제적 위신을 지키는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세계의 반전 시위도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한 편을 비난하거나 비호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당사자 양측 모두가 피해자이며 죄인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싸움을 말리고 치유를 도와주는 것이 인도주의에 입각한 유엔 정신이며 세계의 평화를 되찾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월남전 때 미군은 5만, 한국군은 5000명이 전사했다. 미국과 한국은 당시의 전상자들로 인해 그 후유증을 지금도 앓고 있다.

남의 나라 전쟁에 미국과 동맹국이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참전하게 되었고 월남전 덕에 경제 특수를 좀 누렸다고는 하지만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고 그 결말이 어떻게 났던가…. 이번에도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병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목표로 의료와 물자지원 및 건설사업을 맡아서 어디까지나 전쟁의 치유를 위한 노력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단지 심히 우려되는 것은 향후 전 아랍권이 단결하여 테러로서 참전국에 대한 보복을 끊임없이 전개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 점 9.11 테러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상기해 보면 자명해 질 것이다. “코끼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큰 귀를 움직이고 있었다. 사자가 이상히 여겨 코끼리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코끼리는 날아다니는 모기떼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이 모기들 때문에 잠시도 안심하고 살 수가 없어요. 이놈들이 내 귀 구멍 속에 들어가면 나는 마지막이거든!’”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인데 힘으로 밀어 부친 전쟁 탓에 미국을 비롯해 아무래도 향후 세계가 조용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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