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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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국방, 반입차단 등 지시..대학 교양수업 교재도 포함
국방부가 수십만 권이나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마구잡이로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군내 반입을 차단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31일 "이상희 장관 지시에 의해 불온서적의 군내 반입 차단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지난 22일께 육.해.공군에 불온서적 반입 대책을 마련토록 하라는 공문이 하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군은 다음 달 8일까지 불온서적 반입 실태를 점검해 11일까지 결과를 취합, 국방부에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각 군에 하달한 공문에서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의 정신전력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면서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을 첨부자료로 명기했다.

이 목록에는 소설가 현기영 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민속학자 주강현 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군이 북한 찬양도서로 지목한 현 씨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2003년 한 방송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권장도서로 뽑혀 수십만 부가 팔리기도 했다.

'반정부.반미' 서적으로 분류된 장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작년에 1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무역 및 산업정책 등 경제 각 분야에 대한 신자유주의 관점을 제시한 후 이 관점을 비판하고 실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판매를 금지한 서적은 한 권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 교수의 책은 오히려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인상마저 준다"고 말했다.

또 대학 교양수업 교재로도 널리 익히고 있는 주 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는 북한찬양 서적에 포함됐다.

이들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분류한 데 대해 국방부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인은 불온유인물 등을 제작, 복사, 소지, 전파, 취득해서는 안된다고 군인복무규율에 명시되어 있다"면서 "이런 규정에 의해 불온서적 반입대책을 강구하라는 공문이 하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서 잘 팔리고 있는 서적에 '불온서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장병들도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인격체"라면서 "대한민국 어느 법률에 불온서적을 명기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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