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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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일 수필가>



도시엔 광장, 집에는 거실이란 소통 공간이 있다. 도시나 가정이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인터넷시대가 되자 광장, 거실이란 소통 공간이 퇴조하고 만다. 한 공간에 함께 모여 의사교환을 나누던 방법에서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의사교환을 나누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은 인간의 삶과 사회에 일찍이 상상할 수 없던 변화를 가져왔다. 대중에게 가려지기 마련이었던 개인의 생각과 의견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여론을 주도한다. 익명성을 지닌 인터넷이 온갖 의견과 생각을 쏟아 붓고, 성인이라면 거의 하나씩 휴대하고 있는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가 순간을 포착하여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킨다.

광장과 거실이란 소통 공간의 효용성이 차츰 줄어들게 되었지만,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소통의 양(量)은 증폭되고 시·공간을 초월한다. 대표자를 뽑아서 민의를 반영하는 간접민주주의 제도에서, 인터넷시대의 도래는 소통의 혁명을 몰고 왔다. 대표자의 입 하나만을 바라보던 종전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입이 생겨난 셈이다. 인터넷은 이제 소통의 광장이고 삶의 숨결이고 표정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사이버 광장이다. 직접 만나 얼굴 표정을 보면서 나누는 소통감과는 거리가 멀다. 소통의 원활과 거리낌 없는 방법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체감의 결핍을 느낀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교감과 소통에서 늘 부족감을 지녔던 직접 만남과 소통의 결여를 보완한 형태가 다름 아닌 ‘쇠고기 촛불 집회’이다.

이번 촛불시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나의 사회적인 문화적인 혁명의 조짐을 지닌 이 현상을 두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이라고 보는 견해, 직접적인 민주주의의 서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에 이 같은 현상이 왜 나타나게 된 것일까. 인구밀도가 좁은 데다 인터넷 이용자가 많은 점, 정치 관심도가 높은 국민성, 보수와 진보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촛불집회의 시발로 앞으로 빈번하게 촛불이 시청 광화문 광장을 덮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중요한 이슈나 국가적 사회적인 사안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의 대안을 내놓지 못할 때, 촛불이 켜지게 될 것이다. 국민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며,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의식으로 촛불을 들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인터넷과 광장이 결합된 새 소통장치로써 ‘촛불집회’가 나타난 이상,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과 방법론이 필요하다. 광장의 촛불집회는 정부, 국회, 정치권이 제 몫을 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제 역할을 수행하고 신뢰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인쇄매체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던 타고난 정보유전인자를 지닌 민족답게 인터넷과 광장을 결부시켜 새로운 소통 방법인 ‘촛불집회’를 창출해 냈다. 촛불집회가 그동안 시위, 항의, 부정의 함성을 토해냈지만, 이 새로운 소통장치를 긍정적으로 전개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끌어낸 붉은 악마의 응원집회처럼 긍정적으로 작동하여 신바람을 내게 된다면 국력은 활기를 띨 것이지만, 국정과 민생을 마비시키고 지루하게 대치 상태가 지속된다면 피로감이 생기게 될 게 분명하다. 촛불집회가 민족의 단합과 결속과 애국심을 바탕으로 축제의 신바람으로 타올라 국력을 신장시키는 동력이 돼야 한다.

인터넷의 소통 방법과 광장을 연결시킨 촛불집회를 소통문화의 진화라고 볼 것인지, 우리는 이쯤에서 바람직한 방법과 방향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에 출현한 이 소통장치가 건전하게 작동하고 국가 발전을 위한 새 동력이 돼야 한다.

광화문이든, 서울시청 앞 광장이든 우리나라 수도의 한복판이 아닌가. 이 곳에서의 각종 집회가 건전한 소통장치로 작동하려면 법에 정해진 절차와 원칙이 지켜져야만 한다. 평화적 집회와 시위라는 원칙이 무너진다면, 물리적 충돌이 거듭된다면 ‘촛불집회’라는 새로운 소통문화는 그 생명력을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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