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 끌어안는 소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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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 '숲의 가족' 출간
"마을은 슬픈 회색빛이었다. (중략) 소가 음매 하고 울지도 않고 당나귀가 소리높여 울지도 않았다. 새들도 짹짹거리지 않고 야생거위도 볼 수 없었다"(12-13쪽)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숲의 가족'(창비 펴냄)은 산과 숲, 구름과 바람으로 둘러싸인 한 적막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 마을에는 동물이 단 한 마리도 살지 않는다.

어른들이 아직 어렸을 때인 한 겨울밤에 사람들이 기르던 개와 고양이, 닭부터 곤충, 물고기, 파충류 할 것 없이 모든 동물들이 한꺼번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모두 산귀신 네히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졌다고만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후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 일제히 입을 다물었고 이후에 태어난 어린 아이들은 동물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자란다.

물론 금기처럼 돼 버린 동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동물이 사라졌을 때 열살 소녀였던 임마누엘라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동물들의 그림을 보여줬고 코흘리개 아이 니미는 동물 꿈을 꿨다고 말하고 다녔으며 이제는 농부가 된 어부 알몬은 동물을 그리워하는 글을 공책에 적곤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대신 놀리고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아이들에게 현실이란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손으로 만져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줄 만한 사람이 마을에는 없었다."(53쪽)
그러던 중 용감하고 호기심 많은 마야와 마티, 두 아이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숲 속에 용기를 내어 들어가고 그 곳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물고기 한 마리를 본다.

숲의 비밀에 접근해가는 아이들의 모험을 그린 이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설은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 소통과 관용에 대한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고 또 적막한 마을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줄 힘은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모두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임을 이 용기 있는 두 아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박미영 옮김. 144쪽. 9천500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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