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립습니다, 어머니 / 다시 사랑합니다, 어머니 // 써도 써도 끝이 없는 글 / 불러도 불러도 끝이 없는 노래 // 이제는 침묵 속에 남기렵니다 / 이제는 기도 속에 익히렵니다 //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셨음이 / 다시 고맙습니다, 어머니 / 언제나 안녕, 안녕히!"('어머니는 가셨지만' 중)
얼마 전 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시인 이해인(63) 수녀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엄마'(샘터 펴냄)를 출간했다.

올해로 수도 생활 40년, 시인 생활 30년을 맞은 수녀가 열 번째로 내놓은 이번 시집에는 지난해 9월 어머니 김순옥 여사가 작고한 이후 써내려간 사모곡 60여 편과, 이전에 어머니를 소재로 썼던 동시 20여 편이 수록됐다.

"세상을 떠나신 후 / 세상 어디에도 안 계신 / 나의 어머니 // (중략) // 마침내 내 안에 / 그리움으로 스며들어 / 나를 부르고 또 부르시는 / 단 한 분의 지극한 사랑, 어머니 / 내가 죽어서도 / 결코 잊을 수 없는 / 단 하나의 그리움, 어머니"('더 생생한 모습으로' 중)
'언니 같고 친구 같던 엄마'를 향한 '귀염둥이 작은 딸'의 그리움이 애절한 시어 속에 녹아 있다.

생전 어머니가 보여주셨던 지혜를 다시 한번 떠올리기도 하고, 늘 자애롭고 겸손하던 어머니의 인품을 새삼 발견하기도 한다.

"늘 겸손하고 겸손하게 / 스스로 낮은 자리를 / 취하며 살아오신 어머니 / 집안의 어른이면서도 / 당당함 오만함과는 / 거리가 머셨던 어머니"('늘 겸손하게' 중)
시집 속에는 수녀와 어머니가 주고 받은 편지와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선물한 도장집, 꽃골무 등의 사진도 애틋한 사연과 함께 실렸다.

지난달 암 진단 후 대수술을 받은 수녀는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외부인과의 만남은 물론 전화 통화나 이메일 교환도 제한한 채 항암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이번 시집의 원고를 넘긴 직후 암을 발견했다는 그는 지난 12일 출판사 관계자와 만나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며 "그동안 순탄하게 살아 왔는데 투병의 고통을 통해서 더 넓고 깊게,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날 돌볼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왔으니 이제 내 안으로 들어가서 사막의 체험을 해야겠다"며 "재충전의 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선물이고 또 기도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80쪽. 8천500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