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 속 도시는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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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출간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품은 도시 한 곳 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곳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든, 나이 들어 터를 잡고 사는 곳이든, 잠깐 스친 여행지든 말이다.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문학동네 펴냄)은 소설가, 시인, 인문학자 등 스무 명의 필자가 쓴 도시 이야기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재천 씨가 찍은 187장의 도시 사진을 디자이너 김경범 씨가 디자인해 엮은 책이다.

서울에서 시작해 인천, 춘천을 거쳐 제주도까지 한반도를 아래로 훑으며 저마다의 마음 속에 품은 도시 안팎의 풍경을 담아낸다.

소설가 김연수 씨는 고등학생 때 상경했다 하룻밤을 보내고 몇년 후 아예 집을 구해 살게 된 '한국의 최중심지' 삼청동에 대한 단상을 풀어낸다.

"삼청동에서 산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어쨌든 여기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 늘 그렇듯이 중심은 참으로 고요하다는 것. 그게 모기든 취객이든 들끓는다면 그건 거기가 변방이라는 것."(21쪽)
소설가 오정희 씨는 남편 직장을 따라 이주한 후 삼십 년 넘게 살고 있는 춘천의 곳곳을 돌아보며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한다.

"하루하루의 삶이 일상성 속에 갇혀 매양 똑같이 되풀이된다 해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부단히 변화하게 마련이다. 나의 생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그러하다. (중략) 변화와 소멸과 생성의 속도는 삶의 리듬과 비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77쪽)
고은 시인은 빠르게 변해버린 고향 군산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며 도시는 '나의 외국이고 타자'이며 '인간에게 고향 상실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이제 군산이 더욱 도시적일 때 그 도시에는 인간의 얼굴들이 어영부영 떠돌지 모르나 인간의 영혼은 깃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군산이라는 도시가 무슨 중공업단지 무슨 자동차공장 무슨 산업단지 등의 초대형 사업들이 들어와 새만금이라는 전초기지가 된다 한들 그 거대한 도시의 미래는 거대한 인간의 소외만이 예정되어 있을지 모른다."(159쪽)
이밖에도 소설가 한승원, 한창훈, 조경란, 시인 곽재구, 함성호, 강정, 평론가 서영채, 실상사 주지 재연스님,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이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꼬박 8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한국의 풍경을 찍어온 임재천 씨는 사람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사진들로 도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냈다.

424쪽. 1만9천500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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