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경찰이“출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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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인터넷서 음악 다운로드 받았다가
지난달 초 주부 김모씨(41·제주시)는 막내아들(15)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서에 오라는 출석요구서를 받고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판타지소설과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이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자신의 블러그에 올려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최근 청소년들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하면서 가슴을 졸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저작권법과 출석요구서도 이해 못하는 무지한 어린 네티즌을 상대로 법무법인 등 전문 변호인단이 소송을 위임받아 고소를 진행, 청소년들을 전과자로 내몰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30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올 들어 저작권법 위반으로 접수된 고소사건은 모두 150여 건에 달하고 있다.

법무법인 등에서 저작권자를 대신해 고소를 당한 대다수는 10대로, 관련법을 잘 모르는 청소년은 물론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조차 못하는 초등생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 청소년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잘 꾸며서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영화·음악·소설 등을 올려놓거나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카페에 게시했다가 고소를 당하고 있다는 것.

특히 저작권자를 대신해 소송에 참여한 법무법인 등은 처벌 보다는 성인 100만원, 미성년자 40만원 등 합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합의금 일부를 커미션으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도 난감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사전주의나 경고 없이 합의를 위한 압박용으로 일괄 고소를 하면서 사건처리 시 고소 당사자들의 돈벌이를 대신해 주는 기분이 든다”며 씁쓸한 기색을 내비쳤다.

더구나 저작권법은 ‘친고죄’여서 합의금을 내면 당사자들이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은 자녀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을 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를 하는 실정이다.

일부 법무법인들이 저작권자를 대리해 고소하는 사례가 사회적문제가 되자 검찰은 19살 이하 청소년들이 저작권을 침해했더라도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 하루 8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기소를 유예하는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지난달 도입했다.

한편 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가 제주에 있으면서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적발된 저작권법 위반 고소가 소재지 경찰서인 동부경찰서에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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