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일본야구, 자기 덫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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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센이치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이른바 '위장오더'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지난해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 한일전에 앞서 김경문 감독이 예비 오더를 제출한 뒤 타순을 바꾼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명단 교체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추어 야구 관례에 어긋났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경기 후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호시노는 이를 호재로 삼았다.

국제야구연맹(IBAF)이 베이징올림픽 개막 직전 특별한 이유없이 타순을 뒤바꾸면 벌금 1천 달러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시행세칙을 발표하자 호시노는 "위장오더를 제출하면 벌금 뿐만 아니라 출장금지를 시켜야 한다"고 한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2일에도 "신경쓰이는 한국 선수는 없느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해 "특별히 신경쓰이는 선수는 없지만 오더나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답변하는 등 한국을 자극하는 '호시노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발언이 한국을 흥분시킨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문 감독은 "일본이 강자다운 여유가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를 악문 한국 선수들은 16일 일본전에서 5-3 통쾌한 승리로 화답했다.

하지만 승리에 집착한 일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이 이미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채 준결승 상대를 고르는 일만 남은 20일 양팀의 맞대결. 이긴 팀은 쿠바를 상대해야 하고 진 팀은 한국과 만나게 된 묘한 상황에서 경기가 벌어졌다.

호시노 감독은 경기 전 "최선을 다해 미국을 이기겠다"고 했지만 경기 내용은 달랐다. 일본 투수들은 변화구를 거의 던지지 않고 직구 위주로 승부했고, 타자들도 8회까지 단 2안타 졸전을 벌였다. 누가 보기에도 껄끄러운 쿠바 대신 한국을 준결승 상대로 고르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엿보였다.

신경전과 꼼수가 이어지자 한국 선수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의도는 한국 젊은 선수들을 흥분시켜 허점을 찾아내려는 것이었지만 한국은 흥분하는 대신 방망이를 갈았고, 22일 준결승에서 이승엽의 2점 홈런을 앞세워 6-2로 대파, 호시노 감독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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